
유투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9일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출연한 방송 중 자신들이 입수했다며 공개한 국회 CCTV 영상. 영상에는 김 전 총리가 12.3비상계엄 당일 국회 계엄해제 요구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국회 담장을 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고민정 의원이 잇따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지만 정작 출마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의 한사람으로 거론돼온 정청래 전 대표는 뜻밖의 불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발단은 8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인터뷰다. 이날 뉴스공장은 김 전 총리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김 전 총리의 출마 선언에 맞춰 지난 6일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김 전 총리를 상대로 작심 제기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불참' 관련 의혹을 명쾌하게 해소할 수 있는 증거를 방송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뉴스공장이 입수해 이날 방송한 국회 CCTV에는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국회 담을 어렵게 넘고 본회의장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가는 모습들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계엄 당일 감기약을 먹고 잠들어 계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표결엔 늦었지만 본회의 참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김 전 총리의 해명을 명확히 뒷받침하는 영상이었다. 김 씨는 과거 방송에서 한 출연자가 계엄 당일 국회에 진입하려 애쓰는 김 전 총리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이 말을 토대로 근거 추적에 나서 영상을 입수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 친청(친정청래)으로 꼽히는 김어준씨가 자신의 방송에 김 전총를 섭외하고, 김 전총리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에선 김 씨의 스탠스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최근 자신이 프랑스에서 개업한 레스토랑에 가 있으면서 방송을 진행하지 않은 날이 많았던 상황이어서 이런 추측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사실 김 씨 뿐 아니라 정 전 대표의 대표적 우군들이 하나 둘 거리를 두며 떠나는 흐름이 뚜렷하다. 정 전대표의 재선 도전이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과의 전면전으로 간주되면서 정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나서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의 발단은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회동을 계기로 문 전 대통령이 김 전 총리를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중립적 입장을 선택했다고 본다. 원래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만나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자체만으로 친문진영엔 강한 메시지가 된다.
대표적 친문인사인 고민정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대표가 친문계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인사는 정 전 대표가 친문의 지지를 받는다면 고 의원의 선택지는 최고위원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과 김 전 총리에 대해 공세를 펴던 유시민 작가도 최근 잠잠하다. 유 작가는 “앞으로 할 비평 활동 때문에 노무현재단이 혹시 겪게 될지도 모를 어려움을 예방하기 위해” 노무현 재단 상임고문과 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 방송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회동 이후 이렇다할 활동이 없다.
친문계 인사는 유 작가가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정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원할 것으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문 회동으로 여권 내 분위기가 달라진 측면도 있고, 유 작가와 정 전 대표의 과거 악연이 여전히 두 사람 간에 두꺼운 벽으로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과거 이해찬 전 총리와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두 후보 캠프의 핵심이었던 유 작가와 정 전 총리는 도를 넘는 공방을 주고 받으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친문 핵심 인물인 조국 대표 역시 민주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6.3보궐선거에서 낙선한 후유증이 큰 상태고, 섣불리 어느 한쪽을 편들 경우 조 대표와 당 모두 또 한번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다. 또한 당장 조국혁신당도 7월 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데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뉴이재명에 대한 여권 애 대항 세력으로서 ‘문조털래유’로 묶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대표, 김어준씨, 유시민 작가 누구도 구 여권의 구심적 역할을 하며 정 대표를 지원하고 나설 인물이 없이진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정 전대표가 결국 명분을 만들어 출마를 접을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정 전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집권 1년 남짓 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후보가 여당 대표가 된다는 것은 진보진영 전체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정 전 대표에 대한 여권 애 견제심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 전 대표 지지자들 내부에서도 역부족이란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김어준씨가 김 전 총리에 유리해 보이는 방송을 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전당대회가 김 전 총리의 승리로 끝나면 김 씨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일종의 보험을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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