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 칼럼] 2030이 86세대를 경멸하는 이유](/upload/articles/7475/title-image-6a65f09673ceb.jpg)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지난달 10일 대학생 시위대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시위대가 뒤썪여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늘날 2030 청년 세대들이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인 86세대(60년대생·80년대 학번)’를 바라보는 시선은 단지 세대 갈등을 넘어 경멸이 담겨 있다. 이 반감은 정치구도와 연결돼 보수적이면서 반민주당 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곧 진보’란 86세대식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이들은 86세대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고 불법 계엄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2030이 민주화의 주역인 ‘86세대를 이처럼 불신하고 경멸하게 된 배경에는 청년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구조적 절망과, 그 구조의 정점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86세대의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청년들, 붕괴된 자산 사다리
지금 2030이 마주한 현실은 절망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고용 절벽 속에서 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고갈’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만 5,000명 급감하는 등 청년 고용률은 수십 개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과 단기 일자리를 전전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는 것은 허망한 사치다.
여기에 집값을 비롯한 자산 가격 폭등으로 청년들의 자산 형성 사다리는 완전히 끊겨있다. 한마디로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세대가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인 가구 중 2030세대의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5년 15.2%로 5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평생을 일해도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 자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에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도 포기해야 하는 이른바 ‘N포 세대’로 주저앉았다.
86세대의 기득권 독점과 ‘사다리 걷어차기’
청년들이 이처럼 절망하는 다른 한편에서 86세대는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기득권을 30년 이상 견고하게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고도 성장기의 수혜를 입어 자산을 축적했고, 고용안정을 누리며 사회의 주류로서 경제사회적 혜택을 독점했다. 조선일보의 최근 분석 보도에 의하면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의 순자산 격차는 과거 1.49배 수준에서 최근 2.5배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문제는 이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면서 미래 세대에게 돌아 가야할 자원과 기회를 당연한 것처험 빼앗고 있다는 점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대기업 노조원들은 고소득과 정년 보장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임금 삭감 없는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한다.
이는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로 연결돼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은 부메랑이 되고 있다. 사용자의 억압을 막고 약자인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자 권리가 이젠 특정 세대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성격이 변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지지를 기반으로 정치권력을 독점한 86세대는 맨 앞에서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86의 위선에 분노하는 청년
청년들이 정작 분노하는 것은 86세대의 물질적 독점과 함께 이들이 보이고 있는 고질적인 ‘위선’이다. 늘 사회의 거대한 악과 싸워온 '정의롭고 도덕적인 주체'로 포장하면서 공정과 민주주의를 외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정의와 도덕, 공정과 민주'를 표방하는 이들이 주도해온 대한민국에서도 자녀교육과 취업에서의 편법,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 등 사익과 세습을 챙기는 모습은 이전의 어떤 기득권 못지않게 철저하고 영악했다.
문화평론가이자 노동 전문가인 박권일 작가는 86세대가 진보적 이상을 표방하면서도 실상은 자녀 교육을 위해선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 위선을 보이고, 능력주의를 옹호하면서도 공정성을 주장하는 모습이 청년들에게 깊은 냉소와 혐오를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스스럼없이 편법을 동원하고, 자신들이 통과한 시험 성적이나 스펙을 앞세워 남들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정작 말로는 모두에게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외치는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역사사회학자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86세대가 기회를 독점하고 특권을 세습하면서도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는 '집합적 부도덕'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2030의 기성세대 반감은 ‘마가(MAGA)’와 데칼코마니
2030 젊은 세대가 기득권 세대의 이중성에 대해 갖는 반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마가(MAGA)와 더불어 사회적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가는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우고, 인도주의를 표방하면서, 실질적인 비용은 하층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미국 주류 엘리트층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결집된 산물이다. 이는 한국의 2030세대가 86세대에 대해 갖는 인식과 빼어닮아있다.
86세대가 말하는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해 청년들의 인식은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6월 조사한 세대 인식 지표에 의하면, 과반(56.8%)이 넘는 청년이 86세대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누리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청년 세대의 보수화를 바라보는 86세대들은 “젊은 나이에 어떻게 보수가 될 수 있지”라고 반문하다. 그들이 젊은 시절 군사정권과 맞서 싸우며 고착화된, ‘보수는 곧 수구 기득권’이란 인식이 드러난다. 하지만 86세대는 이미 유시민 작가가 ‘머리가 썪는다’고 표현한 60대에 접어들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고착된 인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낡은 세대가 된 것이다.
2030의 인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점은 ‘정의, 공정, 민주, 인도주의’처럼 당연히 추구돼야 할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가 젊은 세대에서 ‘위선’과 동의어로 치부되고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계엄 옹호론과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극우 주장이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목소리를 키우고 있고, 여기에 2030 젊은층의 기성세대 불신이 결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86세대가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트럼프식 극우 정권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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