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마트폰 2대 입수해 분석해 보니..."QR결제·택시 호출도 척척"

북한 스마트폰 2대 입수해 분석해 보니..."QR결제·택시 호출도 척척"

북한 스마트폰의 건강 관련 앱/워싱턴포스트 캡쳐

북한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와 온라인 뱅킹, 음식 배달, 택시 호출 등 디지털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외형은 현대적인 스마트폰과 유사하지만 모든 서비스가 국가의 철저한 통제 아래 운영돼 서방 국가의 디지털 환경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 정보기술 전문가인 마틴 윌리엄스의 도움을 받아 북한의 최신 스마트폰 2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26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신문은 북한 스마트폰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인 북한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이 주민 통제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일상화됐디만 인터넷은 사용못해

스마트폰은 여전히 평양의 엘리트 계층이나 가질 수 있는 사치품이다. 최고급 모델의 가격은 약 750달러(약 110만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이 금액에 한참 못미치는 급여와 부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일반 주민들이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평양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국영 방송에서는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해 눈이 피로해진 사람들을 위한 건강관리 요령까지 소개할 정도다. 북한 정부가 장려하는 새로운 디지털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 주민들은 세계 인터넷에는 접속할 수 없고 북한이 운영하는 내부 전산망 '광명망'을 통해서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전자지갑을 이용해 QR코드로 결제하고 대중교통 요금을 납부하며, 택시를 호출하거나 음식 배달을 주문하고 영화표를 예매하는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온라인 금융의 확산이 단순한 편의성 향상을 넘어 정부의 경제 통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자결제 시스템이 현금 거래를 줄여 통화 유통과 가격, 세금, 환율은 물론 곡물 유통 과정까지 정부가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북한 스마트폰의 온라인 뱅킹 앱/워싱턴포스트 캡쳐


온라인 뱅킹과 전자결제 확산

최근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전언에 의하면 QR코드 결제는 노점상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주민들은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예약하고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 등 한국의 모바일 플랫폼과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 콘텐츠 소비도 이뤄진다. 북한 주민들은 '만방'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국영 방송 프로그램과 정부가 승인한 영화·TV 프로그램을 주문형으로 시청할 수 있다. 다만 한국 드라마와 외국 영화 등 허가되지 않은 콘텐츠는 철저히 차단된다.


윌리엄스는 이러한 서비스가 주민들의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외국 영상물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밀반입과 유통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으며, 유통 행위는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약 635만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중국산 하드웨어에 북한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 주문, 택시호출도 척척


윌리엄스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4세대(4G) 이동통신망 이용이 가능하며, 수백 개의 정부 승인 애플리케이션과 20여 개 이상의 국산 휴대전화 브랜드가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서비스는 금융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성들을 위한 생리주기 관리와 화장법,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이 보급됐으며, 의약품을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와 의약품 정보를 검색하는 전자사전도 운영되고 있다.


평양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국영 언론을 읽고 전자책을 이용하며, 호출형 택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과 심야에는 할증요금이 적용되는 등 서비스 운영 방식도 일반적인 플랫폼 서비스와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 확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엘리트층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체제에 대한 만족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난 속에서도 평양에서는 신축 고층 아파트가 늘어나고 차량 통행량도 증가하는 등 수도를 중심으로 한 소비와 경제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화가 정보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며 정부가 허용한 내부망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정보를 접하기 위해서는 암시장에서 유심카드를 구해 국경 지역에서 중국 이동통신 기지국 신호를 잡아야 하는데, 적발될 경우 심각한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북한 스마트폰의 각종 앱/워싱턴포스트 캡쳐


디지털화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


북한 스마트폰에는 사용자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으며 화면을 자동으로 캡처해 저장하는 기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장된 화면은 이용자가 삭제하거나 기능을 끌 수 없다.


외부 영상이나 문서를 저장하거나 유통하는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감시 기능도 운영체제 차원에서 작동된다고 한다.


언어 사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한국과 서방 국가에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표현을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지만 북한 스마트폰은 한국식 표현이나 외래어를 입력하면 북한식 표현으로 자동 수정하거나 입력 자체를 제한하는 기능이 적용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스마트폰이 겉으로는 다른 나라의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은 디지털 환경을 구현하고 있지만, 그 기반에는 국가의 철저한 통제와 감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틴 윌리엄스는 "북한 정부는 주민들의 기술 사용 방식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통제할 수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디지털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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