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발탁 인사 잇단 낙마에 이재명식 '통합-실용' 흔들

깜짝 발탁 인사 잇단 낙마에 이재명식 '통합-실용' 흔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보수성향 인물을 과감하게 등용하며 추진한 ‘통합·실용 인사’가 잇따른 설화(舌禍)와 낙마 사태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진보진영 내에서도 문제제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자의 낙마에 이어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마저 진보진영의 아킬레스건인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퇴진하면서 당초 신선했던 의도는 묻히고 부작용이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영을 넘어 전문성과 외연 확장을 추구했던 파격 발탁이 오히려 정권의 정체성을 흔드는 비수로 돌아온 모양새다.


6일 청와대는 '5·18 민주화운동이 성역이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 부위원장에게 공식적으로 사퇴를 권고했고, 이 부위원장은 이를 수용해 결국 사퇴했다. 홍준표 대선 캠프 출신의 대표적 보수 경제학자인 이 부위원장을 부총리급 고위직에 발탁하며 ‘파격 실용’의 상징으로 내세운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이 부위원장은 과거 극단적인 발언으로 임명 당시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에 대해 "타락한 정치권력 놀음이자 사회 천박함의 상징"이라고 비하했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선 "치매인가"라는 표현을 써 비판 받기도 했다. 특히 "친일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란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진보 성향 언론들은 국가의 보편적 양식과 헌법 정신에 배치되는 과격한 언행을 일삼던 인물을 총리급 공직에 임명한 것은 정부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이 부위원장은 SNS에 "과거 발언에 대해 진심 어린 이해와 용서를 구하며, 공직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지겠다"고 고개를 숙이며 직무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4개월 만에 결국 '정체성' 문제로 물러나게 됐다.


이 대통령의 통합 인사가 불미스런 일로 좌초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역시 보수 성향 인사로 깜짝 발탁된 이혜훈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자도 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결함과 과거 극단적 발언들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자진사퇴했다.


이재명 정부가 발탁한 대표적 보수인사 중 한 명인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법제처장도 지난 5월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무례한 대우를 받았다고 공론화하면서 청와대 참모진과의 심각한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며 깜짝 발탁했던 보수인사들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게 되면서 이 대통령의 통합-실용 인사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양쪽으로부터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진보진영에선 ‘무원칙한 능력주의’와 ‘부실 검증’이 화를 자초했다고 비난한다. 진보 정부의 국정 기조는 물론, 최소한의 역사와 가치의 공감대도 없는 인물들을 오직 ‘보수 인재 영입’이라는 정치적 상징성만 보고 무리하게 등용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인사들을 언제까지 품고 갈 것이냐”는 불만도 나온다.


더구나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보진영 내 친문과 뉴이재명 간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통합행보는 아무래도 위축될 소지가 크다.


보수 진영 또한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탕평의 희생양이 됐다”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이 대통령의 '통합-실용 인사'는 취임 1년만에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청와대도 이를 의식해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념에 의해 극단으로 갈라져 적대 시하는 정치 풍토에서 통합과 실용의 정치가 뿌리 내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상대 진영 인사를 영입할 때는 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최근 사례들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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