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이란전이 촉발한 또 하나의 전선 '유황 전쟁'](/upload/articles/7009/title-image-69f6d5c463bc8.jpg)
유황
“유황은 화학물질의 왕이다.”
유황은 의약품에서부터 농업과 채굴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 필수적인 물질이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란 전쟁을 계기로 유황의 존재가 새삼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란전쟁의 확대와 종전 지연으로 글로벌 유황시장이 혼돈에 빠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유황은 원유나 천연가스의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화학물질의 왕’으로 알려진, 황산은 비료, 메탈, 의약품 섹터 전반에 이용되는 필수품이다. 황산은 유황을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 강산성 화합물이다. 유황의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 그 이상의 크나큰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동은 글로벌 유황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 인도, 미국 등이 주요 수요처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수급에 병목이 생겼다.
이란전 발발 전에도 유황은 이미 공급 부족 상태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미 가격이 치솟은 상태에서,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과 비료 섹터에서의 수요증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 전쟁까지 맞물리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각국은 유황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튀르키예는 유황수출을 아예 금지하고, 인도 역시 수출제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국도 5월 들어 구리와 아연을 제련할 때 부산물로 생산되는 황산의 수출 금지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유황 시장에서 지난해 20%를 점유했다. 중국의 조치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황산은 대체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망가진 유황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황산은 농업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인산 비료 생산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동은 비료 생산의 허브로, 이번 이란전쟁 여파로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 채광 분야도 고민이 크다. 채광과 추출 과정에 유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유황의 공급망 차질이 3주 정도 더 길어지면, 구리산화물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유황부족으로 생산물량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돈을 더 지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손써볼 수단이 없다"는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국내 비료업계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단기간 공급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 국내 농업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비료업체들은 중동 지역 이외 국가에서 요소비료 원료 수입을 다변화하면서 3월까지 요소 원자재 4만9000톤을 추가 확보했다. 7월까지는 공급망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그 이후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농번기 농촌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달 중동지역에서 수입되는 주요 요소 가격은 톤당 670달러로 전월대비 38.1%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무려 172%오른 것이다. 농림부는 추경을 통해 농업인 피해 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 전쟁과 같은 돌발 상황으로 인해 자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자원확보에 나선 것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물론, 당시 야당의 근시안적 공세와 자원외교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정경유착 등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무산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희귀 광물자원이 무기화돼 각국의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오늘의 상황에서 돌아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에너지와 자원확보 문제는 국가 생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자원에 대한 공급망 확보와 산업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과 비상 계획 수립'이 절실하다.
![[DEMO] 고객요청 배너 - 기사 노출](/upload/banners/demo-article.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