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에 사실상 파병을 요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자국 상선을 각국이 스스로 호위하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바라건데(hopefully)"라는 단서를 달면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게 되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한 통행이 가능하도록 미국과 더불어 군함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그들(군을 파견할 것이라고 언급한 5개국 등)은 약속했을 뿐 아니라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전형적인 자기중심적인 표현을 통해 관련국들의 군 파견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들이 상선 운항을 호위하는 동안) 미국은 (호르무즈)해안을 폭격해 이란 선박과 함정들을 격침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이런 언급에는 미군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대이란 전선을 다국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미 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라며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에 의하면 한국 등에 요구하는 군사적 지원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자국 상선의 호위'다. 이 경우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지원 방안은 이미 중동에 파견돼 작전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현재의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2020년 이미 한 차례 적용한 전례가 있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와 선박 보호를 위해 지난 2009년 아덴만에 파견돼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미국 주도 연합군인 국제해상안보구상(IMSC) 참여를 요구했지만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문재인 정부는 한국 상선 보호를 위한 '독자 파병'이란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이번에도 이 방안을 적용하면 해외 파병 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도 피할 수 있다. 청해부대 파병을 위한 국회 동의 과정에서 국민 보호를 위해 비상시 작전 지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전쟁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는 이란에 맞서 상선을 호위해야 하는 작전이어서 우리 군의 위험은 훨씬 더 클 수 있다. 우리 군함과 인명의 피해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또한, 이란측 공격으로 우리 함정과 병사가 피해를 입게 되면 이란과의 외교 관계가 복잡해질 뿐 아니라 참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요구가 우리 상선에 대한 호위 작전에 국한될지도 미지수다. 과거 사례를 보면 무기와 군수품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이란 공습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국산 무기의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이런 전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우리 군의 직접 참전은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지는 여기까지가 한계로 보인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그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하고 있다. 해협 개방이 누구보다 절실하지만 이란과의 외교 관계 또한 중요한 현실에서 정부는 한미동맹과 국익 사이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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