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등한 서울 집값이 역사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부동산 최고 성수기인 2월에 상승세가 급격히 꺾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면서 조만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5% 올랐다. 2021년 코로나 펜데믹으로 유동성을 확대하면서 폭등했던 때와 같은 최대 상승폭이다. 문제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0.8% 상승에 이어 상승폭을 오히려 키웠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집값이 폭등하면서 시장에선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급등세는 올 1월에도 이어져 통계적으로 일 년 중 상승률이 가장 낮은 달임에도 1.07%가 올랐지만 2월 들어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1년 중 평균 상승률 가장 높은 2월에 이례적으로 급감
매물은 강남을 시작으로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가격 상승세도 급격히 꺾였다. 특히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직전 거래된 가격보다 수억원씩 낮춘 급매물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년 중 최대 성수기인 2월임에도 집값 상승률이 전월보다 이처럼 급감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1986~2023년의 KB부동산 통계를 분석하면 2월은 집값이 평균 0.82% 오르며 1년 중 상승률이 가장 높다. 반면 비수기인 12월(0.16%)과 1월은 가장 낮다. 그럼에도 올해는 집값 상승폭이 1월에 크게 확대됐다 오히려 2월 급격히 감소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8천건으로 한달 전 5만6천건보다 20% 넘게 증가했다. 가격 상승세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0.22%)보다 0.15% 올랐다. 특히 상승률 둔화는 강남 3구에서 확연했다. 서초구는 전주 0.13%에서 0.05%, 송파구 0.09%에서 0.06%, 강남구 0.02%에서 0.01%로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강남구가 3주 연속 상승률이 감소하며 사실상 보합세를 기록한 점은 주목된다. 이런 추세라면 1~2주 안에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이런 부동산시장의 심리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16포인트(p)나 급락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금리 상승으로 집값이 하락 전환한 2022년 7월(-16p)과 같은 수준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후의 집값을 전망한 것이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달의 지수 108은 급락은 했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하락을 전망하는 사람보다 조금 더 많다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 감소폭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100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부동산 심리가 빠르게 진정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SNS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더 이상 고려하지 않고 있다”를 시작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 여론도 이 대통령 메시지에 호의적으로 반응하면서 시장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이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확보하고 있고 이 대통령과 22대 국회 임기가 2년 이상 남았다는 점도 정부의 일관된 부동산 정책을 담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면 2028년 4월 총선까지 2년간 전국 단위 선거도 없다. 이 대통령이 최근 SNS에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소신껏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과 여건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신화 마침표 찍나?
집값은 시장의 심리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오를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되면 매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반면 보합세나 하락을 예상하면 실수요자도 매수를 미루게 되면서 집값은 하방 압력을 받는다.
다주택자는 물론 임대사업자와 1주택자라 하더라도 투자 목적이면 매도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만큼 매물은 더욱 쌓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는 더욱 꺾이게 되면서 매수세는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이 경우 팔려고 해도 급매물이 아니면 팔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집값은 가파르게 하향 안정세를 그릴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주가 급등으로 시중의 부동자금이 빠르게 금융시장으로 이동하는 상황과 연결되면서 부동산을 재테크와 투기의 수단으로 보는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원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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