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집값을 잡아야 사는 정당과 올라야 사는 정당

진보정권 올리고 보수정권 더받치며 불패신화 만들어
[에프엠칼럼] 집값을 잡아야 사는 정당과 올라야  사는 정당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인식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고, 이를 입증하듯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의 폭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트라우마가 부동산시장을 지배하는 분위기다.


이재명정부 들어 벌써 세번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집값이 잡히지 않자 연일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동산시장에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다급하다는 반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동산시장 불안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집값 폭등은 곧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가만히 앉아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집값 급등이 정부의 무능 때문이라고 공격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향해 집을 팔도록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데 대해서도 정부의 무능을 다주택자들에게 떠넘기며 겁박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진보정권 때마다 반복적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것은 진보의 무능 때문이라고 공세를 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8년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분당-일산 등 수도권신도시에 200만호을 추진한 이후 장기간 안정됐던 집값이 다시 폭등한 시기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다. 반면 보수정권인 이재명-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때는 하락하는 집값을 방어하기 위해 집값 부양책을 폈다.

 

보수정권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이유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보수 집권 때는 도대체 어떤 묘책이 있었길래 집값이 하락 안정시킬 수 있었을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급이고 다른 하나는 금리다. 주택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다른 재화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이 있다. 분양에서 건설, 입주까지 최소한 2~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금리는 집값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역의 관계를 갖는다. 금리가 내려가면 집값은 오르고, 반대로 오르면 하락한다. 통상 저금리 시기엔 집값이 상승하면서 수요가 증가해 주택분양이 늘어난다. 이어 금리가 상승 사이클로 접어들면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서고, 여기에 이미 분양한 주택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하락 압력을 가중시킨다. 이것이 지난 20여년 간 진수와 보수를 오가면 반복되고 있는 부동산 사이클이다. 

 

노무현정부 때는 저금리로 미국-유럽 등 전 세계 집값이 동반 폭등했다. 노무현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겠다며 부동산시장에 이른바 '대못'을 박았다. 폭등한 집값은 거품을 만들었고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시작으로 글로벌금융위기가 촉발됐다.

 

전세계 집값이 폭락했고, 한국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이명박정부는 집값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대부분 원상회복시켰다. 이때 노무현정부때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한 물량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부동산은 하락 안정세를 이어갔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어느새 노무현정부 때의 부동산 트라우마는 기억에서 사라지고 적극적인 부동산시장 부양으로 돌아섰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경기부양정책인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표방하며 부동산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신규 주택을 구입하면 각종 금융과 세제혜택을 주며 부동산투자를 부추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전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코로나사태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초저금리가 겹치면서 집값은 천정을 모르고 폭등했다. 집값 폭등과 함께 윤석열정부의 보수정권으로 교체됐고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급격히 올리기 시작했다. 급등했던 집값이 거품붕괴에 직면하자 윤석열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이란 이름으로 무려 43조원의 정책금융을 쏟아부어 집값 급락을 방어했다. 

 

이처럼 지난 20여년간 금리 사이클이 저금리일 때 진보정권이 집권하며 집값이 폭등했고, 고금리일 때는 보수정권이 집권해 집값을 폭락 위기에서 방어했다. 이 반복되는 사이클을 겪으며 시장에선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만들어졌다. 


진보정권에서 거품 만들면 보수정권에서 떠받쳐


물론 진보정권이 저금리 때 집권했다고 해서 집값 폭등의 책임에서 면책될 수는 없다. 국가 운영을 책임진 정권은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최선의 정책을 개발해 관철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것이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정권은 ‘무능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찬가지로, 보수정권 때의 집값 안정이 주택 정책을 잘했기 때문이란 주장은 전혀 논리적인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금리 상승기에 거품을 해소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체력을 회복해야 했는데도 오히려 각종 부양정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 정책을 펴, 지금의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만들었다.


보수정권은 집값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가계부채를 동원했고, 여기엔 부동산업자와 금융계의 로비와 압력이 작용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구조조정을 위해 감내해야 할 최소한의 고통도 회피하는 파퓰리즘으로 일관해 왔다. 

 

보수정권이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부동산 거품을 가계부채로 전가한 결과는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집값은 맞바꾼 것이다. 진보정권의 무능이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비판한다면 보수정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은 무기력한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숙명을 안고 있고, 실패한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권의 기반이 위협 받을 수 있다. 또한, 국민의힘은 적어도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주택 문제 만큼은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상당한 불편이 수반되는 고강도 금융과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정파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가장 기초적인 민생조차 정쟁의 소재로 삼는 것으로 비춰지는 순간 역풍에 직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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