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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 집값은 8.71% 상승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8년 8.03%를 넘어서며 통계 집계 이후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집값이 폭등하면서 노무현-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을 떠올리며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공포 심리가 부동산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갭투자 원천 차단 등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의 주택 구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을 진정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에프엠뉴스는 수도권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 분석을 통해 향후 수도권 집값의 향배를 전망했습니다.
'폭등 경험한 선진국 보면 서울 집값의 미래 보인다'라는 제목으로 14일부터 5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①부동산 불패 신화와 영끌투자 ②'주거'에서 '희소 자산'으로 둔갑한 서울 집값의 역설 ③미국-일본에서 1인 가구 급증하더니 부동산 시장에 생긴 일 ④ 거품 붕괴...어떤 나라는 무너지고 어떤 나라는 살아남았나 ⑤ 선진국 사례가 시사하는 부동산 정책 [편집자 주]
최근 한국 부동산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수도권과 지방 간 가격의 극단적 양극화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지수에 의하면 2020년 이후 2024년까지 전국 주택가격은 약 20%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은 40% 안팎 올라 전국 평균의 2배를 넘었다. 이 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대칭적 집값 상승은 최근 5년 간 집값 흐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집값 상승의 차이만큼 자산 쏠림도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가 전국의 자산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3% 수준이었으나 2020년 40%를 돌파했고, 지난해 11월에는 4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 아파트가 전국 자산 가치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새 이 비중은 약 10%포인트 이상 수직 상승하면서 수도권 핵심지 주택은 이미 그 본질적 기능인 ‘주거 수단’이 아니라 적극 투자해야 할 ‘희소자산’으로 성격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하염없이 오르는 도심 집값은 어떻게 될까? 우리보다 먼저 같은 경험을 한 국가들을 보면 예외 없이 같은 경로를 밟았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어떻게 시작됐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이다. 1980년 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일본은 전례 없는 집값 폭등을 경험하게 된다. 1980년대 미국은 심각한 무역적자에 허덕이고, 반대로 일본은 폭발적인 무역흑자가 쌓이게 되자 엔화 가치를 대폭 높이는 플라자 합의에 서명한다. 엔화의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일본의 수출품 가격을 높여 경쟁력을 떨어트리기 위한 것이다.
엔화가치가 급등하자 일본은 경기가 급격히 얼어 붙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저금리 정책과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섰다. 저금리에다 부동산 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중의 막대한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갔다. 특히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심의 부동산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했다. 당시 도쿄 중심부의 땅값을 합하면 미국 전체 땅값과 맞먹을 정도로 도심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돈은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일본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다. 이는 거품 붕괴을 촉발하는 트리거가 돼 1992년초부터 부동산 가격 폭락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
일본의 경험에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대응책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동요를 우려해 정책당국자들이 절제된 언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외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규모 경상흑자에다 대외채권국인 한국이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상항에 빠지진 않겠지만 이미 우리 경제에 다양한 형태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잠재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1% 성장률에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히려 지난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인하' 관련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재정을 풀어 경기부양을 시도하고 있지만 높은 환율과 확장 재정에 따른 물가 불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강력한 금융과 부동산 규제를 비웃으며 집값 상승의 에너지는 식지 않고 있다. 버블 붕괴 직전의 일본과 매우 닮아있다.
환율 불안정이 이어지고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다면 결국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다른 나라가 금리를 낮추데 우리나라가 긴축정책을 펴게 된다면 경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고, 경기가 악화되면 거품 붕괴의 위험은 비례해서 커지게 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민생에 치명적인 인플레 만큼은 거품붕괴에 따른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막을 수 밖에 없다.
도심 집값 폭등은 미국에서도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7년 세계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사태다. 저금리 시대 플로리다와 켈리포니아 등 일부 주와 대도시 지역에서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들여 주택에 투자했고, 그 결과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99년 유로존이 출범하고, 때마침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전국적인 부동산 붐이 일었고, 특히 수도 마드리드와 더블린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급등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들이 됐다. 스페인은 집값이 30~50% 폭락했고, 실업률 급증과 대규모 은행구조조정의 고통을 겪었다.
아일랜드 역시 집값은 50% 이상 폭락했고, 은행 부실을 정부가 떠안으면서 GDP 대비 재정 적자가 30%를 넘어서며 국가 파산의 위기로 몰려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우리 경제가 보내는 이상 신호
우리나라는 단지 수도권과 지역의 양극화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일자리·교육·산업·인프라의 급격한 수도권 집중이 맞물려 있다.
여기에 한국은 저출산과 인구감소가 다른 나라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50년대 베이비부머들의 사망이 본격화되는 10~20년 후엔 급격한 인구감소가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55년생이 80세가 되는 2035년 부터 1963년생이 80세가 되는 2043년까지 우리나라의 사망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 인구의 사망에 따른 주택공급 효과와 인구감소로 인한 수요의 정체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되면 주택의 수급 측면에도 부동산 가격은 구조적 하락의 요인을 안고 있다.
1%대 저성장과 과도한 가계부채, 환율 상승 등 각종 부정적인 경제지표에도 부동산 열기는 가열되고 있고, 시중의 급증한 통화량에 남아도는 돈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정부 정책을 불신하며 여전히 집값 급등을 확신하고 있다. 여기엔 '집값 잡겠다는 정부 말 믿었다 벼락거지 됐다'는 문재인 정부 때의 악몽이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이후 지난 수년 간의 금리 인상기에 정부는 정책적으로 집값 하락을 방어했고, 이 과정에서 시장 주체들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생생하게 학습했다. 그리고 금리 인하기를 맞아 집값이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동산 불패신화는 확신으로 변했다.
문제는 집값이 언제까지 한없이 폭등할 수는 없고, 그로 인한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국가 여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환율과 물가 불안, 여기에 경기부진의 상황에서도 한국은행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통화정책 여력을 소진한 현실은 이미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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