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한국은행이 자초한 환율 위기](/upload/articles/6284/title-image-69442eda50cc1.jpg)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자료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의 고환율에 대해 ‘위기’라며 “걱정이 심하다”고 했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의 외환위기는 아니고, 고환율이 물가와 양극화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는 의미의 위기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두 번째를 기록할 만큼 많은 달러를 벌어 들이고, 순채권국임에도 원화 가치는 외환위기 수준으로 하락하는 어찌 보면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이처럼 원화 가치가 추락했을까?
이 총재는 그 원인을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투자, 수출기업의 달러 보유 경향, 국민연금의 대외투자 등으로 꼽았다. 현상적으로 보면 이들 세가지 요소가 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를 불러와 원화 약세로 이어진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현재의 환율 위기는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시장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고, 이는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상승기를 지나며 한국은행의 잘못된 통화정책이 초래한 결과물이다.
지난 10년간 원달러 환율의 평균은 1198원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직전인 2021년 평균환율은 1145원이었다. 미국은 2022년 3월부터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은도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보다는 속도가 훨씬 늦어지면서 한미간 금리가 역전됐다. 2022년 7월 미국이 우리보다 0.25%포인트 높아지면서 처음 역전된 이후 11월에는 역대 최대치인 2%포인트까지 금리가 벌어졌다.
그러자 원달러 환율은 2023년 1303원대로 1년 사이 100원 넘게 상승했다. 이후 한미간 역금리가 지속되면서 지난해는 연평균 환율이 1363원까지 치솟았다. 올들어서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00원 이상 오른 1420~147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2년여의 금리 상승기를 거치는 사이 원화가치은 달러 당 무려 300원 가까이 하락했다.
돈은 금리가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더구나 기축통화인 달러가 원화보다 가치가 높으면 자본이 이동할 유인은 훨씬 더 커진다. 한은이 금리를 낮출 때 자본유츌 위험을 중요 변수로 고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은은 금리 역전을 용인하면서까지 금리에 소극적이었다. 이것이 화근이 됐다.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돈을 풀었다. 이로 인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폭등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경제에 많은 거품을 만들었다. 금리 상승기엔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경제의 선순환이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경제 주체들의 고통과 저항을 감수해 가며 금리를 올려 긴축을 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에 독립을 보장하는 것도 이 역할을 잘 하라는 것이다. 즉 성장이 우선인 정부에 맞서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독립성을 갖고 잘 견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며 저금리로 만들어진 부실과 거품을 떠받치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정부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대규모 정책금융을 시중에 풀었다. 문재인 정부서 커질 대로 커진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긴축과 구조조정이 절실했지만 중앙은행도 정부도 회피한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당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려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9억원 이하 주택에 50년 만기로 5억원까지 빌려주는 이 상품은 2023년 한해만 무려 42조원이 대출됐다. 금리를 인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엄청난 규모의 정책자금을 방출하면서 긴축의 효과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희석됐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취약해졌다.
이런 모순된 통화정책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긴축 국면에서도 통화량이 급증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통화량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광의통화(M2)는 지난 2022년 1월 3639조4598억원에서 2025년 9월 4447조9604억원으로 급증했다. 3년9개월간 누적증가율은 무려 22.2%에 이른다. M2는 현금(M1)에 저축 예금 등을 더한 것이다. 이 같은 통화량 증가에는 이재명정부 들어 추진한 전국민소비쿠폰 등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 통화량은 21조5873억 달러에서 22조2125억 달러로 2.9% 증가했다. 우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경제의 기초체력은 취약한데 통화량은 급증한 부작용이 지금의 '환율위기'와 '극심한 소비부진', '물가상승', '저성장', '집값 상승' 등의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한은의 통화정책 근저에는 긴축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고통을 회피하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과 회유에 굴복했거나, 아니면 상황 판단에 대한 오류나 통화정책 설계를 처음부터 잘못한 실책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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