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추측은 난무하지만 탄핵 판결의 답은 정해져 있다

최고 전문가로 존경받고 자부심 가진 재판관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갇혀 헌법의 본질 가치 훼손 않을 것
[에프엠칼럼] 추측은 난무하지만 탄핵 판결의 답은 정해져 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변론이 열리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오늘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때만 해도 누구나 당연히 인용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진영이 결집하며 탄핵 반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각하'나 '기각'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여론의 분위기가 변하면서 신속 판결을 강조하던 헌재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선고는 당초 예상보다 계속 늦어지고, 그 배경을 놓고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면서 8명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5대3 구도로 형성돼 헌재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갖고 확산됐다. 오는 18일, 2명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과 맞물려 헌재 기능이 마비되면서 판결이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여야가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진보 보수 모두 인내에 한계를 느낄 때 쯤인 지난 1일 헌재는 4일을 선고일로 발표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비상계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을 마무리하는 계기를 찾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판결을 앞두고 진영에 따라, 또 정치권도 언론도, 전문가들도 저마다 자신들이 희망하는 결과를 상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와 근거를 꿰맞추고 있다.

 

그런데 그 모든 추측과 분석의 근저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헌법재판관의 성향과 결부돼 있다는 점이다. 보수성향 재판관은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전제돼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고,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재판관도 사람인 만큼 자신의 성향에 따라 진영 편들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 분석의 전제는 대단히 위험하고, 커다란 오류가 도사리고 있다. 그들도 자연인으로서 이념적 편향은 존재할 수 있지만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양심을 너무 가볍게 치부한다는 사실이다.

 

헌법재판관은 우리 시대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이다. 법조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 한사람 한사람이 남긴 판결의 기록은 역사로 남게 되고 다른 판결의 근거가 된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 판결은 향후 우리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하고, 인용되고, 참고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정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사회 최고 전문가로 존경 받고, 자부심을 가진 그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갇혀 양심과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헌법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건 대한민국 공동체는 8명 헌법재판관이 집단지성을 믿어야 한다. 그것이 법치이고, 헌정이다.

 

12월3일 비상계엄은 온 국민이 텔레비전 중계로 전 상황을 지켜봤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상황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날 계엄이 선포되기 전까지 평소와 다른 어떤 특별한 상황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다. '비상계엄'은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것이었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기각한다면, 또는 헌법재판관 누군가가 소수의견으로 기각을 결정한다면 국민들이 충분히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혹시라도 진영의 입장에 매몰돼 억지 논리로 계엄을 합리화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대한민국 헌법질서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은 언제든 자의적 판단으로 계엄을 발동할 수 있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고, 군사 쿠데타가 반복될 수 있는 역사의 퇴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헌재와 헌법재판관은 비난과 조롱거리로 추락할 수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신생독립국 중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전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독재와 폭정에 맞서 지난한 투쟁과 희생으로 쟁취한 성과물이고, 헌법은 그 결정체이다. 헌법의 보루이고 최후의 수호자로서 헌재는, 8명의 헌법재판관은 건강한 상식을 가진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헌재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결정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더욱 공고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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