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연애' ' 파묘'... 대한민국을 취하게 만든 '무속 신드롬'

대통령 부부 둘러싼 무속 음모론, '천공' 국정개입 논란 등 영향 커
'신들린 연애' ' 파묘'... 대한민국을 취하게 만든 '무속 신드롬'

SBS '신들린 연애'에 출연한 여성 무당/영상 캡쳐

우리 사회에 무속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무속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음성적 영역에 머물러 있던 무속이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 등 공개 영역으로 무대가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다.

 

무속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도 폭넓게 저변을 넓혀왔다. 웬만한 대학가 주변에는 점집과 타로 점집 등이 하나둘 모여들어 하나의 테마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에는 무속인들이 개설한 채널이나 무속을 소재로 다룬 영상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한 대학 인근 거리에 점 집과 타로 점 집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에프엠뉴스 


하지만 이런 무속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거나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터부시해 왔지만 최근 들어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젊은 미혼 무당과 점술가, 타로점을 치는 타로마스터 등이 출연해 연애 상대를 찾는 SBS ‘신들린 연애’는 이런 사회적 추세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지상파에서도 무속이나 무당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은 있어왔지만 실제 무당들이 프로그램에서 점을 치며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경우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이례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25일 2회가 방영됐는데 20∼49세 시청률 1.2%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신들린연애'는 8명 무속인들이 각기 자신이 점칠 때 사용하는 무구를 이용해 점을 보고 호감이 가는 상대를 고른 뒤 숙소에서 상대를 알아가는 방식이다. 점괘가 운명적으로 정해 준 연애 상대가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을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이보다 앞서 MBC '심야괴담회 시즌4'도 웨이브 OTT 플랫폼에서 시청률 상위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다음 달에는 티빙에서 아예 무속 행위를 그대로 내보내는 다큐멘터리가 예정돼 있다. 귀신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사람들이 무속인을 찾아가 굿 등의 처방을 받는 의식을 그대로 편집해 내보내는 '샤면:귀신전'이다.

 

또 15일에는 지난 4월 칸 국제 스리즈 페스티벌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7부작 드라마 '타로: 일곱장의 이야기'가 U+모바일TV에서 공개된다.

 

SBS 신들린 연애 영상 캡쳐


그런가 하면, 최근 있었던 ‘2024 케이블TV방송대상’도 국방방송TV가 방송한 무속 프로그램 '당골'이 차지했다. '당골'은 세습무의 전라도 방언으로, 진도 무속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올 들어 부쩍 늘어난 무속과 무속인을 다룬 콘텐츠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2월 개봉한 ‘파묘(破墓)’다. 묘지 이장을 둘러싸고 무속인들과 풍수사, 장의사들에게 벌어지는 무속적 줄거리를 담은 영화다. 장재현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고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무속이 문화의 공적 영역에서 대세로 떠오른 데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천공을 비롯한 역술인 관련 논란이 우리 사회에 뜨겁게 달아오른 영향이 크다.

 

지난 대선 중 윤석열 대통령의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가 새겨진 TV 화면이 공개돼 논란이 된 적 있다. 표절 논란을 빚었던 김건희 여사의 석박사 논문도 무속과 관련이 있다. 이러다 보니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역술인 관련 논란은 취임 이후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부터 최근의 동해 석유가스 탐사까지 주요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역술인 ‘천공’의 개입 의혹을 놓고 정치권과 언론이 떠들썩했다.

 

윤 대통령이 동해 유전개발을 발표 때는, 그에 앞서 천공이 공개한 강의 영상에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된다’는 언급을 했다는 점을 들어 천공 개입 의혹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주요 매체가 앞다퉈 무속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것도 윤 대통령 부부의 영향이 크다는 주장을 한다.

 

중요한 점은 손바닥에 임금 ‘왕’자를 새긴 대통령 후보가 당선에 성공하고, 대통령실 이전을 위한 사전답사에 풍수 전문 교수가 대동한 사실, 정부 주요 정책결정에 천공이란 무속인이 개입한다는 추측과 소문, 이런 것들이 사실 여부과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무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역술인 천공/동영상캡쳐


특히 ‘대통령 부부가 무속에 관심이 많다’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확산되면서 그동안 무속에 대해 가졌던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 이는 유명인의 행동과 취향을 대중이 모방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처럼 무속이 아무 거리낌이나 문제 의식 없이 어느새 우리 문화의 주류 콘텐츠로 자리잡아 가는 현 상황에 문제가 없는지 우리 사회가 자문해 볼 시점이 됐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무속에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데 대해 “한국 사회가 불안한 사회라는 서글픈 반증이기도 하다”며 “노력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회에서는 미신이나 점이 활성화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 기사를 평가해 주세요
100자평
로그인 후 참여하세요.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