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 왜 이 시점에서 호출기 공격 감행했을까?

모사드, 왜 이 시점에서  호출기 공격 감행했을까?

지난 17일(현지시간) 레바논의 한 시장에서 과일을 구입하던 시민이 호출기 폭발로 쓰러지고 있다/에프엠뉴스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수백 대의 삐삐(무선호출기)가 9월 17일(현지시간) 레바논과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동시에 폭발하면서 수십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어느 그룹도 자신의 소행임을 주장하진 않았지만, 대부분 이스라엘 모사드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가자 뿐 아니라 이란 및 헤즈볼라와 같은 주요 저항의 축을 겨냥하며 전선을 확대해왔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전쟁 목표에 대해 헤즈볼라 공격 예방 중 하나라고 공언해왔다. 작전 확대가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까지. 호출기 공격을 감행한 것은 레바논을 거점으로 한 헤즈볼라에 대해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개시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모사드에게 이번 공격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정보실패를 만회하는 긴 과정 중 하나일 수 있다. 호출기 공작은 스파이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것이다.


“모사드가 어떻게 대규모로, 드라마틱한 공격을 자행할 수 있었는지?” “호출기 제조과정에서 폭탄을 심었는지”, “호출기를 공급하는 과정의 그 어느 단계에서 비밀 코드를 흘렸는지” 등 온갖 설이 난무하지만, 진실은 미궁에 빠져 있다.


헤즈볼라는 첨단기기를 멀리하고 구시대 통신수단에 의지했다. 이 방법이 이스라엘 사이버 전사들의 감청이나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르살라는 조직원들에게 핸드폰 사용을 자제하고, 이를 대체하는 통신수단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호출기에 멀웨어(Malware: Malicious Software의 합성어로 사용자의 이익에 반해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변조, 유출하는 소프트웨어)를 심어 배터리를 과열시켜 폭파시킨 것으로 추측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면밀하면서도 치밀하게 준비된 공작이었다.


헤즈볼라도 내부 보안기구를 중심으로 전면적인 조사에 들어갈 것이다. 어디서 보안이 뚫렸는지와 요원들의 스파이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제고하는 방법 등을 보완하려 할 것이다. 내부 첩자(mole) 색출 작업도 병행해 어쩌면 헤즈볼라 내부에 숙청작업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보너스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이예 암살처럼, 이번 호출기 공격도 모사드의 먹칠된 명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전설이라는 명성을 누렸다. 스티븐 스필버거가 만든 스파이 영화 블록버스터 '무니치'와 네플렉스 시리즈 '파우더'처럼. 하마스 공격이후 모사드는 실추된 명성을 만회하기 위해 주 특기인 암살 공작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정치부대표인 살레 알 아우리를, 지난 7월에는 베이루트에 있던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라를 암살했다.

 

이스라엘의 비밀 공작은 모사드의 명성을 회복시킬 뿐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헤즈볼라 지휘 통제본부가 붕괴돼 당분간 크나큰 통신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더구나 화요일 호출기 공격으로 인해 수백 명의 요원들이 귀가 멀거나, 손가락이나 손이 절단되는 등의 부상을 입어 한동안 활동하지 못할 것이다.


예맨 후티,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무장단체와 여타 이란 대리 세력들은 조심모드에 들어갔다. 서로 간에 통신하는 수단이나 방법도 바꿀 것이다. 이는 협조 체제에 균열을 가져와 자신들의 영역에서 공격하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다. 이번 공격 여파는 레바논을 넘어선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해커, 테러리스트, 범죄집단 등과 같은 불법집단에게 개인 통신수단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던져 주었다.


지난 2006년 7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전면전에 가까운 전쟁을 34일간 치른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전략적 패배였다. 헤즈볼라를 키워 준 후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 전쟁 후 헤즈볼라는 전혀 다른 조직으로 변했다. 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요원들도 확충하며, 레바논 뿐 아니라 여타 이슬람 세계에서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했다. 헤즈볼라와의 전쟁은 이제 이스라엘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호출기 공격을 당한 헤즈볼라는 수모를 만회하기 위해 복수를 준비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새로운 전쟁 목표- 즉 레바논에 흩어져 사는 6만여 명의 주민을 레바논 북부 국경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를 달성하려면 헤즈볼라를 국경으로부터 쫒아내고 관리가능한 완충지역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헤즈볼라가 전쟁을 피하고 싶어도, 양측의 커뮤니케니션 오해로 인해 충돌이 지속되고, 서로가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일 것이다.


헤즈볼라는 하마스가 아니다. 헤즈볼라는 재래식 군사조직에 가깝다. 15만발의 로켓과 정교한 유도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상당히 완벽하면서 잘 훈련되고, 풍부한 자원을 가진 글로벌 비국가행위자다. 전투원들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실전경험을 쌓았고, 이란 혁명수비대와 합동 작전도 하며 새로운 하이테크 무기도 다룬다.


호출기 공격은 레바논, 이스라엘과 이란 대리세력들 간의 분쟁, 중동 전체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져줄 것이다. 중동지역은 칼날 위에 섰다. 강경 목소리가 판을 칠 것이고, 외교적 노력은 늦었거니와 허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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