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컬럼] 6개월 지나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 준 권익위

대통령 직무관련성, 신고의무 등 밝히지 않고 사건 종결
[FM컬럼] 6개월 지나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 준 권익위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에프엠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에 대해 긴급 e브리핑을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문자로 공지한 시각은 10일 오후 5시.


정승윤 부위원장의 브리핑 시간은 퇴근 시간을 30분 앞둔 오후 5시 30분이었다. 정 부위원장의 브리핑은 질의와 답변이 없이 지극히 짤막한 발표에 그쳤고, 내용도 간략했다.


'공직자 배우자는 제재 규정이 없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 여부를 논의했으나 종결했다'는 것이었다.


권익위는 대통령 직무 관련성 여부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종결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브리핑이 끝난 후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를 들었다.


'신고 내용이 언론매체 등을 통하여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중에 있거나 이미 끝난 경우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돼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신고를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권익위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사안이고 검찰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점에 비춰 종결처리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직자의 아내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점,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은 따지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권익위가 사실상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정 부위원장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안에 대해 기자와의 문답을 회피하고, 퇴근에 쫓길 시간을 골라 발표한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권익위 스스로도 이번 발표가 얼마나 문제가 많고,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인 관련 부탁을 했고, 실제 최 목사의 부탁에 대해 관련 공무원들이 검토한 사실은 김 여사 녹취록 등으로 이미 언론에 공개된 상황이다. 그런데 왜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지었는지, 윤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규정에 따라 '신고의무'를 다했는지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는 하나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청탁금지법 9조와 22조는 공직자가 '자신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서면으로 신고하고, 이 신고 의무를 어긴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6개월 시간을 끌던 권익위가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고, 사건의 핵심인 윤석열 대통령의 신고의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밝히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법 위반 여부는 덮어버린 것이고, 국민의 상식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공직자 배우자의 경우 청탁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는 법의 미비 점은 신고가 접수된 때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쟁점은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에 따른 법 위반 여부, 즉 김 여사가 청탁을 받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남편인 대통령의 직을 활용했는 지 따지는 알선수재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권익위는 이 판단을 회피한 셈이다.


원칙에 따라 조사 중이라며 6개월이나 시간을 끌다가 하필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난 날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결론을 내놓는 것은 권익위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고 반부패 총괄기관이 돼야 할 권익위가 권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스스로의 기능과 역할을 포기하는 현실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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