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방송' 6년만에 재개... 강對강 치닫는 불안한 한반도

진영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무모한 결단 취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
정부, '대북방송' 6년만에 재개... 강對강 치닫는 불안한 한반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초소에 설치된 대북확성기. 2018년 4월 철거되기 이전 모습. 자료사진/에프엠뉴스

정부가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 대응해 대북방송을 9일부터 즉각 재개했다.


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국방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된지 6년 만에 재개됐다. 


대북방송은 북한이 대단히 민감하게 느끼는 사안으로, 남북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며 한반도에 지증학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9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날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고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자료사진/에프엠뉴스


그러면서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는 북한이 잠정 중단했던 오물풍선 330여개를 다시 살포한 데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이달1일 두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남으로 날려 보낸 뒤 2일 잠정중단하겠다고 하면서, 남한에서 대북전단을 다시 살포할 경우 백배의 오물로 응징하겠다고 밝혔었다. 


북한은 탈북민단체들이 지난 6∼7일 대북전단을 북으로 날려보내자 경고한 대로 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개최한 긴급 NSC 상임위원회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 했었다.


정부는 후속조치로 이틀 후인 4일 국무회의를 열어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시켰다. 이 조치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포함해 접경지 인근 우리 군의 활동을 제약하는 모든 규정이 풀리게 됐다.


북한은 지난 2일 NSC가 대북확성기 방송재개 방침을 밝힌 직후 오물풍선 살포를 조건부로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소강상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6~7일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이에 맞서 북한이 오물풍선을 날려보내자 정부가 대남방송 재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북확성기방송은 지난 2018년 남북 긴장완화와 평화적인 관계개선을 위해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중단됐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회담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은 대북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9일 오전 서울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대남 풍선 /합동참모본부 제공


방송중단 조치로 최전방 24곳에 설치됐던 대북확성기는 철거돼 창고에 보관돼 왔다. 또 이동 가능한 장비 16대는 인근 부대에 주차돼 있었다. 군은 지난 4일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언제든 재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다.


남북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강대강 대응을 이어가면서 한반도 정세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와도 다르다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북한에 대한 대응 원칙으로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를 제시했다.


북한 또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고 모든 대화와 교류 채널을 끊은 채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으로 빚어지는 남북갈등이 지금은 비록 비군사적 대결에 머물러 있지만 강대강 일변도의 맞대응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다 보면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전략적 모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인 갈등 구조 속에서 진영 논리를 합리화하고, 정파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무모한 결단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고, 이는 겉잡을 수 없는 파국을 의미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명백하게 대한민국 사회를 혼란시키고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하는 이상 정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면서 “북한의 오물 풍선에 담긴 내용물이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국민에게 미치는 심리적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NSC 상임위원회에는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태효 NSC 사무처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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