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정면 돌파에 급해진 李, 송영길에 '선배님 도와주세요'

정청래 정면 돌파에 급해진 李,  송영길에 '선배님 도와주세요'

이재명 대통령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극회의원/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18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만찬을 함께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여권 내 친명과 친청-친문 간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정 전 대표를 저격하며 당권 도전을 천명한 송 의원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8박10일의 꽉 짜인 순방 일정을 소화해 피로할 수 있는데도 귀국 당일 송 의원을 초대해 저녁을 함께 한 것은 절실하거나 긴박한 어떤 사유가 있을 것이란 추정이 더해지면서 연일 정가의 뜨거운 관심가 됐다.

 

이날 회동은 내심 불출마를 기대했던 정 대표가 순방 기간 이 대통령을 향해 가시 돋친 발언을 하며 출마 행보를 노골적으로 이어가는 데 대해 이 대통령이 강한 불쾌감을 갖게 돼 마련된 자리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출국일인 지난 9일 공항 환송행사에 정 대표를 부르지 않았고, 이는 6.3지방선거 결과에 정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직접적인 신호로 읽혔다.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는 전당대회 출마 포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정 대표는 공항행사에 초청받지 못한 다음날 “국민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뼈있는 발언으로 이 대통령에 맞섰다. 이어 주말인 13일에는 강원도 양양 낙산사를 찾았다. 낙산사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지난 2005년 산불로 소실된 사찰 복원을 지원한 노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당 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민주당의 적자로서 친노-친문 세력을 모아 김 총리와 전당대회서 맞서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지난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던 16대 대선 때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후보 캠프로 옮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 총리는 오랜 기간 정치적 시련을 겪었고, 지금도 전통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배신 프레임이 씌여져 있다.  

 

정 전 대표가 출마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의 의중이 김 총리에 있다는 것이 공공연해진 상황에서 만일 정 대표가 승리한다면 이 대통령은 국정 동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고, 곧바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정 대표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대통령과 각을 세우자 분노와 함께 다급해진 이 대통령은 송 대표를 만나 하소연도 하면서 도움을 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 대표 행보와 관련해 사전에 당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심기가 불편했고, 홍익표 정무수석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인사에 의하면 정 대표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김 총리가 당에서 위상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의 고심을 깊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6.3지방선거에서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패배가 트라우마로 남은 상태에서 김 총리 또한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대통령은 이날 송 의원을 "선배님"으로 호칭하며 당에서 전당대회를 포함해 더 많은 역할을 부탁했다고 한다.


전남 고흥 출신인 송 의원은 민주당 권리 당원 비중이 높은 호남에서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다. 이미 당 대표를 지내기도 한 만큼 당 내에서 탄탄한 지지기반도 갖고 잇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결선 투표가 있다. 정 대표의 이런 저력을 감안할 때 출마한다면 3자구도가 형성되면서 1차에서 과반 득표가 나오기 어려운 구도가 된다. 1차 표결에서 정 대표가 1위를 하더라도 송 대표가 출마함으로써 과반 득표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결선에선 두 사람의 지지세를 결선 진출자에게 몰아주면 산술적으로 유리해 진다.

  

송 의원은 이날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계기로 김 총리의 페이스 메이크 역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김 총리의 교체카드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치권에선 송 의원이 선거 레이스에서 정 전 대표를 강하게 견제하게 되면 당내 기반과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김 총리의 약점이 상당 부분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 나아가 송 의원이 실제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당 내 시각도 많다.


송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만남 후 정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집권당의 대표가 지금 대통령과 맞서자는 것인가"라면서 "정 대표가 나오면 제 출마 개연성이 훨씬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출마를 강행하자 송 의원도 출마를 기정 사실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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