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환의 안보논단]신냉전 속 늘어나는 국지전과 불안한 한반도](/upload/articles/67/title-image-66692bf82cd92.jpg)
군 사격훈련/합동참모본부 제공
세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은 휴전을 할 듯 하면서 이스라엘이 질질 끌고 가는 있는 상태에서 네타야후 총리는 인질 구출을 명분으로 보란듯이 270여명의 팔레스타인을 살상하는 등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이나 휴전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선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고, 전술핵이 사용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타이완에 대해 공공연하게 압박을 가하고 무력을 시위를 행사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긴장을 제어하는 장치로 역할해왔던 아시아 안보회의도 전쟁위협의 장이 돼 버렸다. 지난 5월 31일 개막돼 6월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회 아시아 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유례없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이 회의에서 포문을 연 사람은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었다. 필리핀은 지금 이전의 두테르테 정권과 달리 대중국 대결자세를 선명하게 취하고 있다. 필리핀의 태도 변화는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일본, 필리핀의 세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확고해졌다.
이를 계기로 필리핀은 미국과 공동 군사훈련을 강화했으며, 미 육군이 지상발사형 중거리미사일 장치를, 비록 훈련 명목이긴 하지만 필리핀 전개를 수용했다.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INF) 폐기조약이 실효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신냉전 속 아태지역의 안보질서 재편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스프래트리 제도(중국명 남사군도) 근해에서 중국과의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만일 필리핀 측에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이는 곧 ‘루비콘 강’, 즉 전쟁의 강을 건너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며, 필리핀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미국도 같은 기준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필리핀이 공동으로 반격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마르코스 대통령은 그동안 자제해 왔던 대만해협 문제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등쥔(董军) 중국 국방상은 발끈했다. 그는 대만 문제가 ‘핵심 중의 핵심’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 측 참가자인 허레이(何雷) 군사과학원 전 부원장까지 나서, 마르코스 대통령의 연설을 ‘호전적’이라고 비난하며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신사협정’을 최근 들어 필리핀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방위상도 등쥔 중국 국방상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정세에 대해 언급하고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 일본은 최근 미국 주도의 ‘격자형’ 대중 억지 전략에서 핵심국으로 부상하면서, 필리핀과의 관계도 빠른 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반응은 필리핀이 최근 영국, 호주 등과 함께 일본의 준동맹국 수준으로 격상된 현실을 반영한다.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중이 직접 충돌하는 장면은 특히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현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이나 서아시아와 무관하게, 아태지역, 즉 중국이 미국의 최우선 작전 전역(theater)이라고 발언하자 중국은 맹렬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신냉전시대 세계의 안보질서가 불안한 상황에서 지난주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려한 대로 극우파가 약진한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국제사회가 관용과 배려보다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자국 이기주의, 백인 중심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제질서가 각자도생. 약육강식이 판치는 사회로 후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사도발 가능성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를 돌아 보자. 북한은 쓰레기 오물 풍선 공격에 이어, DMZ에 병력을 투입했다가 빼는 성동격서 작전을 보이는 등 실질적 군사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은 정쟁에만 매몰돼 있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군을 야만의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분단국의 현실에서 안보불감증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훈련병 죽음과 채 상병 사건으로 행여나 군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의혹이 있는 부분은 규정과 원칙대로 처리하되 그런 문제들로 인해 우리 군의 사기가 꺾여선 안된다. 군은 정치 중립이 중요하고 어떤 경우에도 안보와 군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위기의식이 결여된 국가는 그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안타깝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제대로 얻지 못한다는 것 또한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가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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