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의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한미 간 합의한 무역협상을 한국 국회가 승인하지 않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한미무역협상에서 합의한 3천500억달러의 대미투자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자랑하는 대미투자가 실질 성과로 이어지지 않자 마음이 급해진 트럼프가 이날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한미 두 나라는 지난해 7월,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상한을 15%로 설정하고 한국은 미국에 3천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이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대미투자를 이행하도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요구해 왔고, 우리 정부는 현재의 환율시장 상황과 함께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을 설득해 왔다.
지난 12일 구윤철 재경부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난 것도 이런 우리 사정을 설명하고 미국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베선트 장관은 구 장관과 만난 뒤 원화 약세와 관련해 "한국의 견고한 경제 기초 여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베선트의 언급 이후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회는 한미무역협상 결과를 뒷받침하는 '대미투자법'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만들었지만 당정이 굳이 국회처리를 서두러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위헌심판 판결을 지켜본 뒤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1심과 2심에서 위헌 판결이 난 만큼 대법원에서도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고, 판결 결과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합의한 무역협상에도 적법성 여부를 포함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초 미 대법원 판결은 1월 중순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무산됐고, 2월 20일 이후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고환율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미 투자를 위해 달러가 대량 유출되고, 가뜩이나 높은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을 자극할 수 있다. 정부가 고강도 환율 대책을 통해 힘들게 끌어내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해 질 수 있다.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여당이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지만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대미투자는 부담이 크다. 무리하게 투자를 강행하고, 이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면 물가상승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자는 "우리 입장에선 당연히 국익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주어진 상황과 변수에 따라 최선의 대안을 찾아 대응하려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특히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의 압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는 환율을 안정시키면서 미국과의 무역합의도 이행해야 하는 묘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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