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시론] 주역시론을 시작하며](/upload/articles/6/title-image-664f19d489662.jpg)
주희(주자) 초상화.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에프엠뉴스 DB
주역시론(周易時論)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주역과 시론이다.
주역은 주나라의 역(易)이다. 기원전 1000년경 건국한 주나라는 국가 대사와 왕실의 평안을 점치기 위해 주역을 만들었다. 이후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특히 유가(儒家)와 도가(道家), 음양가(陰陽家)의 해석을 거쳐 음양(陰陽)으로 우주와 인간사를 개괄하는 철학 체계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한대 이후 주역은 모든 사상과 철학의 근본이라는 위상을 인정받고, 유가 최고 경전의 자리에 올랐다. 즉 주역은 점서(占書:점술에 관한 책)로 시작했으나 인간 지성의 세례를 받아 철학서로 그 성격이 바뀐 것이다.
'시론'은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다. 시론을 쓰는 사람은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현재를 진단하고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의견과 반론을 수반하며 논쟁이 뒤따르기도 한다.
'주역시론'은 저명한 인사들의 진단과 대안이 제시되는 여타의 시론과 달리 주역의 경문(經文), 즉 괘효사를 근거로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 방안을 구해본다. 주역의 괘효사는 5000여자 정도의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점서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점친 주제에 대해 현재 상황을 설명한 후 길흉 여부를 알려준다. 때로는 피흉취길(避凶趣吉:흉함을 피하고 길함을 취하다)로 나아가는 행동 지침까지 제시한다. 주역의 첫 번째 괘인 중천건(䷀)의 초효는 “잠룡(潛龍) 물용(勿用)” 네 글자이다. 앞의 '잠룡'은 용이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물속에 숨어 있는 상황이라는 알림 글이며, 뒤의 ‘물용'(쓸 수 없다)은 지금은 때가 아니니 조용히 있으라는 지침 글이다. 길흉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주역 괘효사와 우리의 관심사를 연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시론 주제에 대한 필자 의견을 대신하는 괘효사를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괘효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론 주제에 관하여 점을 치는 것이다. 주역 점은 50개의 산가지를 나누어 수를 계산하거나 동전·주사위 등으로 여섯 개의 음양 부호(⚋⚊)를 확정하는 것이다. 64괘와 384개 효사중 하나 또는 복수의 효사가 선택되면 그 문장으로 주요 이슈의 향방을 논의한다.
전자가 이성적이라면 후자는 우연이라는 확률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던져진 동전의 앞뒤 면에 의해 여섯 개의 음양(陰陽)이 결정된다. 원래 모든 점은 점을 치는 도구와 방법에 우연이 더해져 현재 상황과 길흉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5,000여자 남짓한 周易 괘효사는 표현 방식이 은유적이고 함축적이며, 깊은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자는 그 심오함 때문에 역경 죽간을 자루에 넣어 다니며 가죽끈이 3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탐독했다. 주역의 64괘와 384개의 효사는 3000년전 은나라 말 주나라 초의 생활풍습과 점친 기록, 시가, 잠언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길복(吉福)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과 성인군자가 되려는 염원이 담겨 있다. 주역의 괘효사를 통해 오늘날의 주요 이슈에 대한 상황 판단과 길흉의 기미를 추론할 것이다.
주역시론은 주역의 창으로 우리 모습을 비추어 보는 것이다. 주요 이슈를 주역 괘효사와 연결하여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독자와 함께 고민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응원과 비판, 걱정과 희망이 교차하겠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사회 발전과 안녕을 지향할 것이다. (華山: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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