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집⓵] 대한민국 미래와 바꾼 강남 집값](/upload/articles/5655/title-image-68c92a2b794b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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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권이 집권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인식이 어느새 우리 국민 의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도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며 또 다시 집값 폭등이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는 트라우마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에프엠뉴스는 한국 주택 시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진단해보고 대안을 찾는 특집기사를 연재합니다. 첫회 [대한민국 미래와 바꾼 강남 집값]에 이어 두 번째는 [부동산 불패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가 이어집니다.
지난해 22대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양문석 의원은 4년전 구입한 아파트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를 부부 공동 명의로 31억 2천만 원에 구입했는데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딸 명의로 지방 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대학생 딸을 서류 상 사업자로 꾸민 뒤 집을 담보로 11억원의 사업목적 대출을 받아 아파트 매입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강남구는 투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담보대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업자 대출의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투자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사실, 양 의원의 편법대출은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면서 알려지게 됐지만 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법인이나 사업자를 만드는 방법은 투자자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 방법이다. 심지어 금고나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 판매를 위해 고객들에게 이런 편법대출을 공공연히 전수해 주는 것이 현실이다.
월 이자만 수백만원을 감수하면서 영끌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이 깔려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조달해 사두기만 하면 큰 돈을 번다는 굳건한 믿음이다. 실제 양 의원의 경우 지난 1월 해당 아파트를 36억 8천 만원에 ao도해 4년 남짓 기간에 5억 6천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지난 수년 간 끝없이 치솟은 집값 상승의 근저에 이런 영끌투자의 있었고, 그 결과 상승한 집값 만큼이나 가계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953조원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은 101.7%로 OECD 38개 국가 중 스위스, 호주, 캐나다에 이어 네번째로 높다. OECD 국가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평균 65%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위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 대출은 1,130조원으로 전체 부채의 58%가 넘는다. 그나마 가계부채 통계에는 55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전세금은 빠진 것이다. 전세금까지 포함하면 가계부채 총액은 훨씬 늘어난다.
천정부지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이제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렀다. 올해 우리 경제는 0%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경기가 어려우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 때문에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통화정책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한계 상황에 와 있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통화정책의 수장인 한국은행 총재가 강남 집중을 ‘만악의 악’으로 규정하고 부동산정책과 학생 선발 등 입시제도 전반을 근본적으로 손 봐야 한다고 주문할 정도다. 비록 외신(작년 9월 파이낸셜타임과의 인터뷰) 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지만 가장 보수적이고 발언에 신중한 통화정책 수장이 정부를 향해 이처럼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 영역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이례적이고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정부 재정과 중앙은행 통화는 경기조절 정책을 담당하는 두 개의 핵심 수단이다. 가계부채 문제로 통화정책의 여력이 없다 보니 남은 재정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소비쿠폰 등으로 재정을 풀어 경기 진작에 매달리는 것도 이런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측면도 있다. 0%대 저성장에 직면해 성장동력을 꺼트리지 않으려면 그나마 여력이 있는 재정쟁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지경에 이른 근본 책임은 물론 문재인 정부 때의 집값 폭등이다. 이에 더해 집값 폭등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정책금융 등으로 집값 하락을 방어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부동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던 제2금융권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부실은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채 여전히 금융 시장을 억누르고 있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희생하는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의 늪에 갇혀 활력을 상실했다. 적정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은 1%대로 떨어졌다. 빚에 억눌린 가계는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를 줄이고, 내수가 받쳐주지 못하니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 것이다. 한쪽에선 반도체, 방산, K팝, K푸드 등 대한민국 제품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0%대 저성장에 허덕이는 이유는 극심한 내수 부진 때문이고, 이는 가계부채가 근본 원인이다. 집값은 국민의 주거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경제의 근본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된 것이다.
빚은 미래의 자원을 앞당겨 쓰는 것이다. 빚을 내서 공장을 지을 수도 있고,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공장을 지으면 일자리가 생기고, 상품을 생산-유통시켜 부가자치를 창출하며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반면 단순히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아파트 투자는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거의 없다. 물론 신규 분양은 건설과 입주까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당장의 경제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고, 이 때문에 경기부양정책에 단골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이 또한 대출을 유발하는 것으로 빚 부담을 미래에 떠넘기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집값 상승과 대출 증가는 보다 생산적인 용도로 사용돼야 할 국가의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에 거치지 않고 집에 투자한 사람의 자산 가치만 상승시키게 되면서 빈부격차, 사회양극화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집값 폭등은 미래 세대가 사용해야 할 자원과 잠재력을 빚으로 끌어와 집값을 올리는데 소진한 셈이다. 그 후유증은 당장 경기 부진의 원인이 되고, 멀리는 다음 세대에게 높은 주거비 부담 등 두고두고 갚아야 할 빚으로 남게 됐다. 강남 집값은 대한민국 미래와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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