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에 의해 31일 암살당한 하마스 정치지도자 하니야/에프엠뉴스
지난 31일 이란의 심장부인 테헤란에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되면서 중동 분쟁이 확대일로의 기로에 서있다.
가자 전쟁에서 하마스에 궤멸적 패배를 안기고 4만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이스라엘이 헤즈블라의 거점인 레바논으로 전선 확대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하니야는 2019년 가자 지구를 떠나 카타르에서 망명 생활을 하면서 휴전협상을 지휘해왔다. 이번 암살은 가자전쟁은 물론 이란과 유럽, 미국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중동 상황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31일 새벽(우리시각) 발생한 이번 암살은 원거리에서 날아온 정밀 유도무기(‘공중유도 발사체’)에 의한 암살이란 점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보다는 군이 주도한 암살 작전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은 선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긴트(신호정보) 수집 능력을 키워왔으며, 그간 가자전쟁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둬왔다. 하마스 지도부 동향을 거의 리얼타임으로 체크하고 ‘라벤더’라는 개인신상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공격 타깃을 선정해왔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개혁파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스키안의 입장이다. 페제스키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한 뒤 보선으로 당선돼 이란의 미래와 이란 경제 회생 및 경제 제재 해제 등을 위해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중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서방이 가자에서의 인권 말살과 민간인 사망에 대해 침묵하자, 페제스키안은 서한을 보내 헤즈블라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천명한 상태에서 이번 암살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페제스키안은 “이스라엘은 국가테러리즘이자,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한편으론 하니야를 왜 암살 타깃으로 설정했는지 이스라엘의 계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굴욕이다. 국토방위가 제1의 임무인 혁명수비대(IRGC)가 심장부인 테헤란에서,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 축하하러 온 빈객이 암살당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무기력함을 전 세계에 드러내 보인 꼴이 됐다.
더욱이, 수도에서 동맹국 지도자를 보호하지 못한 것은 이란의 심각한 안보상의 공백을 의미한다. 체면 회복을 위해 군사적 반격이 불가피하지만, 지난 4월 드론 등을 통한 이스라엘 본토 공격에서 유약함을 드러낸 것으로 볼 때, 어떤 반격 수단을 실행할지 주목할 대목이다. 이스라엘은 네타야후 수상이나 갈란트 국방장관은 여차하면 이란의 나탄즈 핵처리 시설에 대한 공격도 불사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강한 결의를 보이고 있다.
네 번째는 휴전협상의 진척 여부다.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은 “휴전이 성사되도록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상 이스라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해온 미국의 가식적인 외교 수사에 불과하다.
하니야의 죽음과 이스라엘의 추가적인 행동으로, 휴전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니야는 "협상의 가치를 알고 회담에서 확실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면 하마스 군 지도자 야히야 신워는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휴전 중재노력에 앞장서온 카타르 총리 마저 “협상 상대편을 죽이는 상황에서 협상을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느냐”며 좌절감을 표출했다.
중동은 극적인 휴전협상 타결과 전면전이란 혼란의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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