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환의 안보논단]기발한 北에 뻥뚤린 南...'쓰레기 풍선전쟁'이 남긴 것](/upload/articles/52/title-image-665ea63ad6ebd.jpg)
지난달 말 북한이 내려보낸 오물 풍선이 경기북부 지역의 상가 인근에 떨어져 군이 긴급 회수에 나섰다/에프엠뉴스
북한은 지난달 28일 그동안 보지 못한 ‘쓰레기 풍선 전쟁’과 서해를 무대로 GPS 교란 작전을 감행했다.
쓰레기 풍선작전은 여러 면에서 새롭고도 기발한 전술이다. 광고비 한 푼 안들이고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끈 ‘이벤트성 작전’이었다. 남한 당국의 강경대응 등을 고려해 잠정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긴 했지만 남한엔 새롭고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졌다.
북의 추가 도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이번 도발의 배경과 의미를 분석하고 한반도 안보 측면에서 남븍 간 이해득실을 따져보자.
신선한 아이디어로 세계의 조명을 받은 北
첫째, 북한은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로 세계의 조명을 받았다. 그간 위성이나 미사일 등을 수시로 발사했지만, ‘둔감효과’로 인해 세계 언론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첩보위성의 경우, 직접 영향권에 있는 일본 정도만 공영방송인 NHK가 생중계했을 정도였다.

중국이 날려 보내, 지난해 2월 미국 상공을 비행 중인 첩보풍선으로 미 전투기가 출격해 격추했다/에프엠뉴스
둘째, 북한의 풍선 도발은 중국의 미국을 상대로 한 ‘스파이 블룬(첩보풍선)’ 사건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중국이 미국 본토에 스파이 풍선을 날려 보내 위성으로 수집하지 못하는 지역에 대한 지리 정보를 수집한 사건이다. 미국은 2월 4일 공군 전투기를 띄워 격추시키며 한동안 미중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 사건을 보면서 무릎을 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레이존 전술에 당했다
셋째, 회색지대(grey zone) 전술을 실천했다. 그레이존 전투는 ”강압적이고 공세적인 성격을 가진 행위이지만, 재래식 군사적 분쟁의 문턱을 넘지 않거나 국가 간에 전쟁을 개시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기획된 것‘ 전술로 정의한다. 공공연하게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적 군사 대결을 피하면서 그에 못지 않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넷째, 북한이 공개적으로 천명한 내용은 어떤 형태로든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지난 2022년 8월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 우리는 바이러스는 물론 남조선 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서해에서 조업중인 어선/에프엠뉴스 자료사진
다섯째, 서해지역 GPS 교란작전은 기습점령을 위한 예행연습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서해 NLL과 도서지역은 북한이 기습 점령 대상으로 간주한 지 오래다. 이번 GPS 교란은 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장래에 있을 기습 점령 작전을 위한 사전 점검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남한의 대응태세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보자. 먼저 사전 경보 실패 및 정보 실패다. 1,000여개의 오물풍선을 날려 보냈는데도 사전에 이를 탐지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기습은 언제나 야밤이나 주말 등을 택해 자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감청이나 위성 등 정찰자산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왜 이런 빈틈이 생겼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풍선에 생물무기나 생화학 물질 등이 실렸다고 가정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정보실패와 상상력 결핍이 부른 안보실패
두번째, GPS 교란 작전으로 1,200여건의 어민 피해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해군이나 해병대의 통신에 차질이 없었는지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외부적으로 군 통신에는 타격이 없었다고 하지만, 은폐 근성이 몸에 밴 한국군의 특성 상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상상력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항상 기발하고 기괴한 패턴을 고민하고 만들어 낸다. 유관 부서가 더 창의적인 방안을 고안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확실한 인센티브로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뒷북민 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회의/에프엠뉴스 자료사진
적의 입장에서 상상해 보고 미리 대응하는 자세가 결핍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상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첩보 풍선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당국도 북한을 대입해 대응 방안을 고민했어야 했다. ’상상하기‘를 기피하고 '창의적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지금의 대응체제로는 북한에 또 당하고 허둥댈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당선을 위해 북한이 ’세계 이목을 끌 뭔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현실적 대응만큼이나 미래에 벌어질 그림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데 보다 집중하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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