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존심도, 사명감도 버렸다...국민을 저버린 '검찰'](/upload/articles/489/title-image-66a083b9ac062.jpg)
자료사진/에프엠뉴스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이 갖가지 치부를 드러내며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경호를 이유로 피의자가 지정한 제3의 장소에서 비밀 조사를 하면서 검사들은 휴대폰이 압수됐지만 김 여사는 경호 대상이라 휴대폰도 소지한 채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누가 봐도 영부인으로써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조사 방식 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라인이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거세다.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성역도 특혜도 없다고 강조해온 이원석 총장도 수사라인을 질책하며 사전 보고 없이 조사가 이뤄진 배경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의 진상조사 지시를 사실상 거부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담당 부부장검사는 '장소가 뭐가 중요하냐, 실리를 챙기면 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형식이야 어쨌든 피의자 대면 조사가 성공한 것 만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의미다. 강제 구인 등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받아 들일 수 없는 논리다.
김 여사에 대한 이런 예외적 수사 상황은 어쩌면 당연히 예견된 것이다. 앞서, 법무장관은 지난 5월 전격 실시한 검사장 인사에서 김 여사 조사에 원칙적 입장을 고수한 간부들을 모두 교체했다. 이번에 총장지시에 반기를 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그때 임명됐다.
검찰 간부 인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폐지했던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를 부활시키고 검찰 내 최고 인사전문가로 알려진 김주현 민정수석을 임명했다. 검찰 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중으로 받아들여졌고, 실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수사부서의 간부들을 대통령 의중을 충실히 받들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웠다. 총장 교체를 앞두고 이뤄진 이 물갈이 인사의 결과가 검찰 총장을 패싱하는 지금의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핵심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이 검사장을 임명한 이유도 김 여사 사건을 잘 처리하라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최근 검찰이 보이는 이런 행태가 공기관으로서 사명감도 검찰조직의 명예와 자존심도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범죄가 있으면 수사로 밝혀 처벌하는 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 전 법무장관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그 저의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검찰 수사를 부정할 명분은 없었다. 당사자들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외견상으론 수사에 열심히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단순한 정치공방이 아니라 국민들이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는 사안이다. 국민들로부터 수사와 기소권을 위임 받은 검찰은 이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특히 국민들은 대통령의 영부인, 더구나 전직 검찰총수를 지낸 사람의 부인에 대해 검찰이 어떻게 조사하고, 어떻게 사법 처리를 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
이런 점에서 김 여사의 조사 방법도 큰 관심사였다. 대면조사냐 서면조사냐, 소환조사냐 방문조사냐, 공개소환이냐, 비공개소환이냐 등의 조사방식은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국민의 법 감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자체가 사실상 하나의 법적 제재 기능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중의 인기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은 공개소환 자체가 사회적 사형 선고라 할만큼 치명적이다.
그런데, 검찰은 법 앞에 어떤 성역도 특혜도, 예외도 없을 것이란 총장의 다짐을 묵살하며 제3의 장소에서 비밀리에 조사를 벌였다.
국민은 조국, 이재명을 수사하며 불태우던 검찰의 결기를 지켜봐 왔다. 그 서슬퍼런 칼날은 어디로 사라지고, '대면 수사가 이뤄진 것만으로도 큰 성취를 이룬 것'이라는 나약하고, 초라한 변명을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실망스런 모습이다.
검찰이 앞에는 또 하나의 어렵고 위험한 숙제 하나가 남아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다. 검찰 지휘부가 하는 모습을 보면 결과는 뻔히 예측 가능하다. 다만,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검찰 조직 뿐 아니라 정권에도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역사의 교훈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과거 조국 법무장관과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경험해온 국민은 이번 김 여사 사례를 보면서 검찰권 행사가 얼마나 무원칙하고 공정성을 잃었는지, 그리고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지 새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이원석 총장이 검찰청 소환조사를 원칙으로 못 밖은 것도, 검찰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이런 고뇌가 담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쌓여갈수록 검찰개혁은 더욱 절박한 국민의 과제가 되고, 그럴수록 야당의 검찰개혁에 힘이 실리게 된다는 사실을 검찰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직 수장이 대통령이 된 지금 검찰은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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