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환의 안보논단]정보기관을 껍데기로 만들 순 없지 않은가?](/upload/articles/408/title-image-6696424524e2d.jpg)
자료사진/에프엠뉴스
최근 민주당에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원의 ‘안보범죄조사권’을 박탈하겠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조사권을 박탈하고 수집한 정보를 신원조회 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문제의 조항은 국정원법 제5조 1항, 2항, 4항이다. 1항은 “국정원이 내란죄· 외환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군사기밀보호법위반죄 등 안보범죄에 관한 정보활동을 위해 다른 국가기관에 사실의 조회· 확인,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2항과 4항은 현장조사, 문서열람, 시료채취, 자료제출요구 및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조사권의 내용을 규정한 조항이다. 이 조항들을 삭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집한 정보를 신원 조회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4조 5항)까지 신설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 활동은 근본적으로 위축되고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국정원은 수사권을 폐지하면서 반신불수의 정보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우려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법까지 통과되면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사실상 이름만 남은 껍데기 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특히 조사권은 오늘날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른 데이터안보와도 직결된다. 미국, EU 등 선진국은 각종 데이터를 이용한 간첩활동과 공작을 막기 위해 ‘우려국가’로의 데이트가 이전되는 것을 금지하는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흐름을 무시하고 조사권을 삭제하겠다는 것은 국가안보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자료사진/에프엠뉴스
한 국가에서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못할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는 역사를 통해 수없이 경험해 왔다. 일례로, 정치권 주도로 정보기관을 무력하게 만든 프랑스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시에 감지하지 못했다. 그 책임을 물어 군 정보기관 수장인 에릭 비다우 장군이 경질됐지만 사실 책임의 본질은 정보기관을 무력화시킨 정치권에 있었다.
독일에서는 프리고진의 반란을 사전에 몰랐다는 이유로 BND(독일 연방정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BND 수장은 “우리의 손발을 다 묶어 놓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올들어 북한 김정은 정권은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호칭하며, 아예 ‘다른 나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정복대상(‘영토완정’)으로 선언하고 핵무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냉엄한 현실이다.
국제질서가 신냉전으로 재편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국제 분쟁이 상시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는 또 다시 대결 구도가 심화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언제 블랙스완이 도래할지 모르는 복합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가 그랬듯이 신냉전시대에 정보활동은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그리고 갈수록 강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보 공백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될 이번 법안개정 시도는 멈춰야 한다.
정보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지난 2020년 대공수사권 폐지에 이어 이 조치까지 시행된다면 정보기관으로써 최소한의 숨 쉴 여지도 없애버리는 조치로 간주한다. 한마디로 산소호흡기 마저 제거하겠다는 발상으로, 국가 정보기관의 활동 기반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법안 개정의 명분으로 인권보호를 이야기 한다. 우선, 문재인 정부 이후 과연 국정원이 인권을 훼손하거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혹시라도 이 법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부작용이 있었다고 해서 국가안보의 중요한 축을 훼손한다면 그야말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다시 한번 관련 인사들의 심사숙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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