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시론]한동훈의 정치 재개, 주역(周易)에 물었더니?

" 한 시대를 고하고, 다가오는 시대를 준비하라"
[주역시론]한동훈의 정치 재개, 주역(周易)에 물었더니?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일 충청지역을 방문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에프엠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총선을 이끌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의 정치공세에 정곡을 찌르는 직설화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아이돌 못지 않은 스타장관이 됐다.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없고 정치판에 불려나온 그는 단번에 여당의 선거를 이끄는 수장의 지위에 올랐다. 이런 그를 보수 지지자들은 위기의 국힘을 살려낼 구세로 환영했다.


처음엔 무난하게 성공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총선이 참패로 끝나면서 그는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총선에서 보여준 그의  정치적 역량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총선 패배를 한동훈의 실패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총선 패배의 책임은 보는 이의 기준과 관점,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선거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지지자들의 관심과 응원도 총선 이후 별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최근 '도서관에서 책 읽는 모습'이 그를 우연히 목격한 시민에 의해 공개되자 대중과 언론이 보인 반응은 그의 사그라지지 않은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많아 그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주제로 괘를 뽑아 봤다.

 

화수미제(火水未濟) 상효를 얻었다. 한마디로 참으로 미묘하다.

 

괘명 미제(未濟)는 강을 건너지 못한 것이고,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로서 그가 처한 총체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제괘(未濟卦)는 5효를 기준으로 강을 건너지 못한 상태(未濟)에서 강을 건넌 상태(旣濟)로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상효는 다른 형태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이를 ‘미완의 완결’, 즉 전체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으나 부분적으로 완결지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으나 두 번째 시도는 성공한다는 함의로 볼 수 있다.

 

상효 효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유부우음주 무구, 유기수 유부실시(有孚于飮酒 无咎, 濡其首 有孚失是). 직역하면 “믿음을 두고 술을 마시면 허물이 없거니와 그 머리까지 적시면 믿음을 가졌어도 마땅함을 잃을 것이다”이다. 의역을 하면 “필승의 신념을 이루고 경축하며 술을 마시니 허물이 없다. 머리를 물에 적시듯 성공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지면 비록 신뢰가 있어도 바른 도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이를 근거로 향후 한동훈의 정치적 행보를 세 가지 의미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화수미제(火水未濟)괘는 “올 한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패장의 허물을 완전히 벗을 수 없다”는 총체적 상태를 말해준다.


둘째, 상효 효사중 첫 구절인 유부우음주(有孚于飮酒)는 “지지 세력을 규합하여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면 승리를 만끽할 수 있다”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유기수 유부실시(濡其首 有孚失是)는 “승리 후에 축제 분위기에 취해있지 말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바르게 처신해야 한다” 라고 전망할 수 있다.

 

화수미제(火水未濟)는 주역 64괘의 마지막 괘이다. 그 다음은 64괘의 첫 번째 괘인 중천건(重天乾)이다. 한 시대를 고하고, 다가오는 시대를 준비하라는 메시지이다.


중천건(重天乾)의 초효는 “물속에 숨어 있는 용(潛龍)”이지만 “세상에 나타난 용(見龍在田)”, “굳세게 노력하고 반성하는 용(乾乾惕龍)”, “연못에서 뛰어오르는 용(躍龍在淵)”을 거쳐 “하늘을 나는 용(飛龍在天)”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華山: 동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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