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자료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트럼프 신 정부 출범이 미칠 경제적 파장을 주시하며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면서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연준은 29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를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이후 4차례 연속 이어지던 인하 행진을 멈췄다. 연준의 금리 동결은 기본적으로 미국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자신감이다. 여기에 트럼프 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관세 인상, 불법이민 대책 등의 정책 기조가 물가와 임금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어서 항후 정책 파장을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노동시장이 견조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도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는 표현도 삭제해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를 빠르게 변화시킬 이유가 없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 등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관세인상, 이민제한 등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조절로 한국은행도 통화정책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연준의 금리동결로 우리나라(3.00%)와 미국(4.25∼4.50%) 간 금리 차는 1.50%p 그대로 유지됐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한 뒤 지난 13일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상황만 보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비상계엄으로 인한 환율 급등과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일단 경제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동결 이유를 밝혔다.
우리 경제는 극심한 소비 부진과 함께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2.0%로 2%대 성장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더구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더 암울한 것은 올해 성장률 예측치가 1%대 초중반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모건 스탠리 1.5%, JP모건 1.2% 등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은행이 1%대 저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추경 편성 등 경기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도 여건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인하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이 한은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일단, 한은은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높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1430원대까지 내려온 만큼 지난달 내려야 할 것을 이달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동결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강달러와 연결돼 있는 만큼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는 당초 기대보다 속도와 폭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 달 금리 인하를 포함해 올해 금리 인하는 2차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2월을 포함, 상반기에 한 차례 추가 인하함으로써 올해 기준금리는 0.5%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되는 것은 1%대 저성장 국면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통화정책을 포함,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약 돼 있다는 사실이다. 가계와 자영업자들은 부채의 늪에 빠지면서 내수는 극도로 위축돼 있다. 정부 재정 또한 최근 수년 간 계속된 적자로 정부의 재정정책 여력도 소진돼 있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우리 경제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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