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시론]박세리, 물정에 어두운 그녀에게 주역이 주는 지혜 ‘산수몽(山水蒙)’

[주역시론]박세리, 물정에 어두운 그녀에게 주역이 주는 지혜 ‘산수몽(山水蒙)’

박세리가 지난달 18일 부친 박준철 씨의 사문서위조 혐의 고발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에프엠뉴스

1998년은 IMF 외환위기로 나라 전체가 기업 부도와 실직 등 암울한 고통을 겪던 시기였다.

 

이때 LPGA 신출내기인 박세리는 맨발 투혼으로 US Woman’s Open에서 우승하여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했다. 그녀는 2000년대 중반까지 안니카 소렌스탐, 카리 웹 등과 함께 LPGA 트로이카 체제를 이끌었다. LPGA 통산 25승(메이저 5승)을 했으며, 2007년 6월에는 꿈에도 그리던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여자골프에 박세리가 끼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세리 키즈’라고 불리는 어린 꿈나무들이 그녀의 우승 장면을 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그녀의 뒤를 이어 신지애, 박인비, 고진영, 박성현 등 많은 선수가 LPGA에 진출하여 뛰어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영웅 박세리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아버지 빚을 더 이상 갚을 수 없으며 ‘박세리희망재단’의 도장을 위조한 혐의로 아버지를 고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녀를 아끼는 팬들은 금전으로 얽힌 부녀간의 불행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성공한 스타의 가족이 명성과 돈에 취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결국 악성 채무와 불명예를 유명인에게 넘겨버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공을 위해 헌신해 온 가족들의 보상 심리를 일방적으로 탓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욕심은 모두를 불행으로 내몰 뿐이다.

 

박세리가 부친을 고소한 사건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어떤 자세로 이 문제를 다루어 나가는 것이 좋을까? 주역(周易)이 알려주는 지혜는 산수몽(山水蒙) 괘의 2효와 3효, 5효이다.

 

정상에 올랐으나 세상 물정에 어둡다


산수몽(山水蒙) 괘는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있는 아이를 상징하며, 몽매한 아이를 교육하는 도리를 설명한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아이를 깨우쳐 배움의 길로 인도한다. 


5효 효사는 “동몽길(童蒙吉), 아이의 몽매함이니 길하다”이다. 아이의 몽매함이 왜 길할까?


5효는 어린 나이에 왕의 자리에 오른 자, 각 분야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유명 스타이다. 이들은 그 분야에는 정통하나 세상 물정에 어둡다. 이를 몽매한 아이와 같다고 한 것이다. 박세리가 골프로 세계를 제패했으나 세상살이에는 아이같이 순진하다는 의미이다.

 

5효가 길한 것은 2효, 6효와 같이 좋은 스승을 옆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효는 5효를 감싸 안아 가르치는 자애로운 선생이고, 6효(上爻)는 때려서 가르치는 엄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2효사(爻辭)는 “포몽길 납부길 자극가(包蒙吉 納婦吉 子克家)"로서, "아이의 몽매함을 감싸니 길하다. 사리에 어두운 여인을 용납하니 길하다. 자식이 집안을 잘 다스린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2효는 5효의 자애로운 선생이다. 5효가 박세리를 상징하므로 2효는 박세리 소속 회사인 ‘바즈인터내셔날’이다. ‘바즈인터내셔날’은 박세리의 몽매한 부분을 잘 가르치고 있고(包蒙吉), 이치에 어두운 점을 잘 보완하고 있으며(納婦吉), 맡겨진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子克家). 박세리가 신뢰하고 의지하는 선생이자 파트너다.

 

바른 도리보다 돈을 중시하는 사람 경계해야

 

문제는 3효인데 효사(爻辭)는 “물용취녀 견금부 불유궁 무유리(勿用取女 見金夫 不有躬 无攸利), 그 여자를 취하지 말라, 돈이 많은 남자를 보면 몸 둘 바를 모른다. 유리한 것이 없다”라는 의미이다. 효사(爻辭) 취지에 따르면 “돈만 생각하며 신뢰를 저버리는 사람이다. 유리한 것이 없다”라고 할 수 있다. 3효는 아무리 가르쳐도 교화되지 않는 소인배를 상징한다.

 

소인배인 3효는 하괘(下卦)인 감(坎)의 맨 위에 자리하여 2효인 매니지먼트 회사에게 “이리해라 저리해라” 간섭하는데 그 행위가 옳지 않다. 그래서 소상전(小象傳)은 3효에 대해 “그 행실이 정도에 어긋난다(行不順也)”라고 질책하고 있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주역(周易)은 산화비(山火賁) 괘의 2효와 3효를 제시한다.

 

산화비(山火賁) 괘는 ‘석양에 반짝이는 단풍’이다. 사람의 혼을 빼놓을 만큼 예쁘게 보이지만 실상은 상들리에처럼 불빛을 반사하는 것일 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갖 상처와 먼지투성이다. 화려하게 꾸며 진품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짝퉁이고,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기 행각이다.

 

大山 김석진 옹은 ‘손에 잡히는 주역점(周易占)’에서 산화비 괘를 얻었을 경우 “겉만 보고 취택하지 말라. 잘못하면 모조품에 속는다. 그럴듯한 사기 행각에 놀아난다”라고 주의를 촉구한다.

 

2효사는 “비기수(賁其須), 그 수염을 꾸민다”이다. 수염을 다듬어 손질하는 것은 남자에게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치장이다. 그렇지만 수염으로 얼굴 전체 모습이 바뀌지는 않는다.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것이니 꾸밈이 적절한 것이다.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 수염을 꾸민다는 말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라는 명령이다. 자신과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내면을 다듬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 팬들이 사랑해 주는 이유를 생각하고,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가족보다는 주변 멘토가 유익,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확립

 

2효의 소상전(小象傳)은 그 방법을 설명해 준다. “여상흥야(與上興也), 윗사람과 더불어 움직여야 한다”. 즉 자신이 존경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지도에 따라 움직이라고 한다. 가족보다는 주변의 멘토를 활용하라.

 

3효 효사는 구체적으로 위험 요인을 지적하고 대응 방향을 지시한다. “비여유여 영정길(賁如濡如 永貞吉), 꾸미고 또 꾸민다. 영원히 바르게 해야 길할 것이다.”

 

비여유여(賁如濡如)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짝이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본질을 훼손할 정도로 과도하게 꾸민 것이다. 화장이 지나쳐 화장을 지우면 몰라본다. 겉 포장은 화려한데 내용물이 부실하지 않은지, 꾸밈이 지나쳐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살피고 반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정길(永貞吉), 끝까지 정도를 지켜야 길하다”라는 말에 유의하라.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永), 바른 도리를 지켜야만(貞), 길할 것이다(吉)”. 이는 꾸밈의 화려함에 미혹되지 말고 긴장된 마음으로 바른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부디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평생 지킬만한 가치와 원칙, 기준을 확립하길 바란다. (華山: 동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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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헌
2024-07-01 22:50
박세리선수를 아끼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팬들의 마음과 하늘의 기운이 일치하는 괘사이군요 화산선생은 대산선생을 잇는 주역의 거목이심을 번번이 확인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