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 이후 여권에서 이날 오후 5시 예정된 대통령탄핵 표결에서 부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당초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조경태 의원도 반대로 선회했다.
표결을 앞두고 여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권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헌납해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을 통해 얻은 학습효과다.
탄핵이 가결되면 당장 권력은 급격히 민주당으로 쏠리면서 여권이 초토화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검찰을 앞세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눴던 사정의 칼날이 여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공포에 휩싸여 있다. 특히 주요 대권주자들 포함해 여권 인물들이 줄줄이 엮여 있는 명태균 의혹 등은 여당 의원들에게 시한폭탄과 같다.
김상현 의원이 탄핵이 가결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하게 된다며 두려움과 절박함으로 호소하는 모습은 여권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여권은 현재의 위기를 수습하는 방안으로 탄핵 대신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임기단축'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통해 분노하는 민심을 어느 정도 수습하면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전략이다.
여권에서는 이 경우 윤 대통령의 임기를 대체로 1년 정도 단축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의 퇴진까지 1년5개월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기간에 검찰, 경찰 등 권력 기관에 대한 통제를 확보함으로써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혐의와 명태균, 김건희 여사 의혹 등 각종 수사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때와 같이 여권에 대한 전방위 사정 정국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은 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이 기간에 내란사태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전력을 가다듬어 차기 대선에 임할 수 있다.
여당의 시간벌기 전략에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고려됐다. 1심에서 1년의 실형이 선고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이 기간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법 위반의 경우 원칙적으로 1심 6개월, 2심과 3심은 각 3개월 내에 재판을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임기를 1년 단축하더라도 버티고만 있으면 이 대표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다면 다음 대통령선거에 나설 수 없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여당이 희망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기도 하다.
임기 단축 개헌안은 지난 대선에서 여당이 참패로 끝나고 채상병특검으로 윤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때 이준석 국민의힘 의원이 언급했던 카드였다. 이번 계엄사태 이후에는 국민의힘 일부 초선의원들이 이 안을 제시하며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 카드라 할 수 있다.
다만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자칫 이 방안을 따랐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고 친윤과 함께 몰락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와 위상은 회복 불능상태로 빠질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서 당장의 위기를 넘긴다 하더라도 친윤과 극심하게 대립해 왔고, 원내 기반이 취약한 한 대표가 이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당내 강경보수성향 의원들의 목소리에 묻혀 존재감을 잃고 결국 토사구팽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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