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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ue] 미국 직장인 의료보험, 한국보다 11배 비싸다는 '조선일보 보도' 검증해보니…](/upload/articles/200/title-image-667e675f69632.jpg)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복강경 간 수술과 권준혁교수(54)/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는 지난 26일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복강경 간 수술과 권준혁교수(54)와 가진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의료개혁 관련 시리즈물 3번째로 "질 좋고 싼 한국 의료, 이번 사태로 무너질까 걱정"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권 교수는 “세계적 수준의 한국 의료가 이번 (의정 갈등) 사태로 붕괴될 것 같아 너무 걱정”이라면서 “이렇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이렇게 싸게, 자주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권 교수는 2018년부터 미국으로 왔고, 그 전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간 이식 전문외과 교수로 근무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권 교수는 한국의 의료비가 미국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을 이렇게 비교 설명했다.
“한국은 직장 가입자 한 명이 월 평균 14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 배우자와 자녀(피부양자)까지 혜택을 받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미국에선 사보험인 ‘가족 의료보험’의 경우 매달 평균 1,152달러(약 160만원)를 내야 한다(2020년 기준). 한국의 11배 가량이다."
여기서 언급된 수치들은 근사치로 대략 맞다. 하지만 미국이 의료비가 매우 비싼 국가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우리나라에 비교하면 의료보험료가 말도 안되게 비싸다.
미국의 2020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6만2000달러(한화 8500만원), 같은 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3만1800달러(한화 4400만원)이다. 두 나라의 소득 격차와 의료보험료 차이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보험료가 정말 저렴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비교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한국과 미국 간 11배의 의료비 격차가 난다고 한 권교수의 비교법을 적용하면 4인 가족 기준 미국 직장인 한사람이 1년간 의료보험료만 2000만원 , 소득의 25%를 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얼핏 봐도 문제가 있다.
미국은 개인이 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고 상품을 선택하는 사보험 제도다. 그래서 국민의 8%가 건강보험 무가입자다. 보험 가입자중 68%가 사보험 가입자이고 34.1%는 공공보험 가입자다. 저소득층과 고령층. 퇴역군인은 복지차원에서 재정으로 보험금을 지급해 준다.
그런데 사보험 가입자 중 56.4%가 직장 가입자다. 미국은 독특한 의료제도 역사로 인해 직장보험이 잘 발달해 있다.
직장에서 의료보험 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직원들에게 무료 또는 보험금 일부만 부담하도록 혜택을 준다.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좋은 조건의 의료보험 혜택을 내세운다.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전체 보험료가 아예 전액 무료인 회사도 많고, 양질의 일자리는 10~20% 안팎만 개인이 부담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보험에서 의료비 전액을 부담하거나 우리나라보다 본인부담금이 훨씬 낮은 경우도 많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건정책 기관인 KFF (카이저가족재단)분석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미국 1인 직장인의 본인부담 월 보험료는 평균 11만원이다.
회사에서 83%를 부담하고 개인은 17%를 부담한다. 대략 미국인 평균 연봉의 2% 정도다. 우리나라는 연봉의 4%, 자영업자는 8%정도를 부담한다.
직장인 가족 보험은 1인당 본인부담금이 월평균 50만원 정도를 낸다. 회사에서 73%(연1600만원)를 제공하고 개인은 27%(600만원) 정도를 부담한다.(아래 표 참조)
2023년 미국의 고용주는 직원 의료보험료의 83%와 직원 가족 보험료의 73%를 평균적으로 보장했다 /출처: 미 질병 정책 리서치센터 KFF(카이저 가족재단)
따라서 권교수가 가족 기준 월 160만원의 보험금을 낸다고 하면 직장인이 매달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금액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지급해 준다.
자영업자는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데, 보험이 보장하는 범위에 따라 개인의 경제력과 상항에 따라 보험을 선택한다. 당연하지만 매달 내는 보험료가 낮으면 치료비 부담이 많고, 높을수록 치료비가 낮아지고 보장도 많아진다.
미국에는 매우 다양한 의료보험 상품이 있는데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상품 중에는 한해 의료비 지출이 일정금액, 예를 들어 3000달러(410만원)를 초과하는 의료비는 보험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상품도 많다.
이런 점에서 권교수가 한국의 의료보험료가 미국에 비해 11배 낮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서 기업이 직원복지로 의료보험을 중시하게 된 것은 1차 세계대전 후 초유의 인플레이션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가 임금인상을 금지했다. 기업들이 유능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 규제를 피하는 방법으로 임금인상 대신 파격적인 의료보험 혜택을 내세운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미국의 의료비 지출이 많은 이유 가운데는 진료와 무관한 관리비용이 30~40%를 차지해 한국(5%)에 비해 매우 높은 데도 원인이 있다.
외국인이 미국에서 생활할 경우 자국민보다 체감 의료비가 훨씬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미국은 의료비를 흥정해서 깎기도 하는 등 우리와 의료시스템이 전혀 다르다. 의료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 골절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가면 차량 이용료와 진료비로 1000만원은 쉽게 넘길 수 있다. 미국에 거주하며 진료를 받아본 우리 국민 중 미국의 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고 말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반드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보험료와 보장 측면에서 자국민에 비해 훨씬 불리하다.
최근 의정 갈등과 의대증원 문제 등이 논란이 가열되면서 우리나라 의료비와 제도, 의사 숫자 등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통계들과, 주장, 논리가 난무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이해관계에 기반해 의도했거나, 그렇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를 퍼트리고 있다.
이런 주장과 논리들이 국민의 여론형성과 정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OECD국가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국민 1인당 의료비는 구매력평가환율을 기준으로 4189달러로, OECD 평균인 4715달러보다 낮다. 물가 대비 의료비 지출도 OECD 평균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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