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에프엠뉴스가 진위를 검증한 내용입니다."
![[the true] 100만명이 본, 이 영상..."고지혈증 약이 당신을 죽이고 있다는 근거"](/upload/articles/123/title-image-667680c96728a.jpg)
유튜브채널 <행복한재활의학과 > 동영상 캡쳐
콜레스테롤 수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 중 하나다. 특히 LDL(저밀도)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기준보다 높으면 심혈관 질환의 적신호로 여기고 진료를 받게 된다.
지난해 국내 전문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약이 한미약품의 ‘로수젯’이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의 일종으로,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고지혈증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고지혈증 약이 오히려 수명을 단축하는 등 건강을 위협한다는 내용이 유튜브나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일반 상식과는 정 반대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 큰일이 난다는 경고도 있다.
이들 컨텐츠 대부분 의사들에 의해 제작되고 있어 이용자들이 상당한 신뢰를 갖고 받아들인다. 심지어 댓글에는 의사들이 제약사의 로비를 받고 약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처방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용기를 내 진실을 알려준 컨텐츠 제작자에 감사하다”는 내용도 상당수 달려 있다. 
유튜브 체널 <닥터쓰리> 'LDL과 심혈관질환' 동영상 캡쳐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스타틴이 처음 개발된 1973년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의사들이 스타틴의 문제점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제약사의 로비에 넘어가 엉터리 처방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영상중에는 “고지혈증 약이 당신을 죽이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제목도 있고,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LDL이 낮으면 큰일 납니다” 등의 제목이 붙어 있다.
에프엠뉴스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의 강의를 참고해 이들 동영상의 진위를 검증했다.
왜 여러 연구에서 LDL이 낮은 사람들의 사망율이 오히려 높게 나오나?
이들 유튜버들이 ‘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오히려 사망률이 높다“고 주장하는 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국내외에서 비슷비슷한 연구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 하나만 살펴보자.
관동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욱교수팀이 지난 2019년 발표한 논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2001~2004년 건강진단 결과를 토대로 10년 후인 2013년 이들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다.
우리 국민 1천281만5천명을 상대로 하는 광범위한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혈중 총콜레스테롤이 기준치보다 다소 높은(210~249㎎/㎗) 사람들의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총콜레스테롤의 위험 경계 수준은 200~239㎎/㎗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콜레스테롤이 100㎎/㎗ 수준으로 현저히 낮은 사람들의 사망위험이 오히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아래 그래프 참조)

관동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 결과 그래픽
광범위한 표본을 상대로 한 연구결과로, 데이트대로 해석하면 맞는 말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큰일 난다는 주장은 이런 유의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둔다.
통계분석의 오류에서 기인하는 치명적 실수
이 설명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착오가 숨어 있다. 모든 사망의 원인을 오로지 총콜레스테롤 수치와의 상관관계만으로 본 것이다. 사망의 실제 원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암환자나 폐병환자처럼, 주로 살이 빠지는 소모성 질환자들의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다. 또한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간 질환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
즉, 위 통계에서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오히려 높게 나타난 것은 다른 질환으로 인해 콜레스테롤이 낮아졌을 뿐인데 마치 낮은 콜레스테롤이 사망의 원인인 것처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대다수 언론들도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연구에서 제시된 통계를 그대로 인용 보도함으로써 마치 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오히려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처럼 보도했다. 보도자료 배포 때 이런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연구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좀 더 정교하게 연구 결과의 의미를 살펴보지 못한 언론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의약품이 개발돼 치료제로 승인 받기까지
하나의 의약품이 승인을 받는 과정은 그야말로 지난하고 비용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이 소요된다. 약품 효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연구방법으로 임상무작위대조연구(RCT)가 사용된다. 약을 복용한 환자와 가짜약을 복용한 환자, 즉 대조군 간의 차이를 수년에 걸쳐 분석하고 그 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객관적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몇 단계에 걸쳐서 분석한다.

신약개발과정/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지금까지 고지혈증 치료제의 효과와 관련해 RCT방식으로 진행된 27개의 연구 결과가 축적돼 있다. 모두 17만 4천 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 당 평균 4년 9개월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우선 LDL이 39mg/dl(1dl=0.1리터)감소할 때마다 사망률은 9%, 심혈관 사망률 12%, 관상동맥 질환 25%, 뇌졸중 15%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틴 약을 쓰면 보통 80~100mg/dl 정도 떨어진다. 이를 사망률로 환산하면 18% 낮아지는 것이다.
콜레스테롤과 사망률의 상관 관계
5천 900여명을 상대로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낮음, 중간, 높음의 세 부류로 나눈 뒤 6년 후 추적 관찰한 결과 계속 낮은 쪽은 계속 중간에 비해 사망률이 21% 낮았다. 또 계속 높은 부류는 계속 중간에 비해 사망률이 39% 높았다. 콜레스테롤과 사망률 간 상관관계가 명확히 확인된다.
이 연구에서 암이나 간 질환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진 환자의 사망률도 30%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앞서 관동대 의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실시한 연구에서 콜레스테롤이 낮을수록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게 된 원인과 맥이 닿아 있기도 하다.
다만, 서울대 의대가 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해 232만4천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고지혈증 치료제를 먹지 않는데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의 경우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반드시 낮은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콜레스테롤에 의해 혈액 순환이 영향을 받고 있다. AI삽화/에프엠뉴스
우리나라 순환기내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서울대 의대 김호수 교수는 LDL콜레스테롤은 가능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고, 몸에 좋다고 하는 HDL(고밀도)콜레스테롤은 높여도 별로 효과가 없다면서 자신은 "수시로 스타틴을 먹는다"고 강조한다.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의학정보 신중히 접근해야
절대 다수의 전문가와 학계가 인정하고 오랜 기간 받아 들여져 온 것을 부정할 때는 그만큼 충분한 검증과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기존 지식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발견이 아니라면 신중히 숙고하면 끝없이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골프, 주식, 의료, 어느 분야나 '특별한 비법이 있다'거나, '대박을 보장한다'거나, '나밖에 모른다'같은 선정적인 제목을 내세우면 거의 사실이 아니다.
스타틴이 수명 단축 등 인체에 좋지 않은 약품이라면 전 세계 그 많은 전문가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혹시, 그 모두가 제약회사의 로비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람의 양심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터무니없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단히 위험한 주장인데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확산하고 있는 것은 가짜뉴스의 전형적인 폐해이다. 이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독자들이 신뢰하는 배경에는 정보 제공자가 전문가로 포장돼 있는 영향도 크다. 의사라 하면 모든 질병을 아는 것처럼 인식하지만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에 현혹되지 말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검증된 사람들의 컨텐트를 골라보는 현명한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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