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에프엠뉴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한강 작가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섰다”는 점을 첫머리에서 적시했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두고 한 말이다.
이 소설은 박근혜 정부 때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세종도서 사업에서 배제됐던 전력이 있다.
문제의 블랙리스트는 지난 2016년 특별검사팀이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중 밝혀진 문건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예술 문화계 인사들의 목록이다. 이 목록에 소설가 한강도 포함돼 있었던 것. 특검팀 수사에서 이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주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징역 2년과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해12월 한 작가는 한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다.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블랙리스트의 영향으로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4년 세종도서 선정 사업에서 <소년이 온다>는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사상적 편향성이 이유였다.
한 작가는 5.18 외에도 제주 4·3항쟁의 비극도 소설로 다뤘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는 제목의 이 소설은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수상했고, 올 3월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사람은 현재의 문화체육부 용호성 1차관이다. 지난 7월 용 차관이 임명될 때 문화연대와 한국작가회의 등 10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용 차관은 2014년 청와대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문화예술계 배제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전달하는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상징적 인물이다. 대한민국 정부, 법원 그리고 문화예술계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모욕하는 인사 범죄”라고 비판했었다.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세계적인 화제가 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한강이 소설가로서 가장 영예로운 업적을 달성한 이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한 씨의 쾌거를 함께 기뻐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SNS에 “저는 한강 작가님을 그분의 책이 아니라 오래전 EBS 오디오북의 진행자로서 처음 접했었다. 조용하면서도 꾹꾹 눌러 말하는 목소리가 참 좋아서 아직도 가끔 듣는다...오늘 기분 좋게 한강 작가님이 진행하는 EBS 오디오북 파일을 들어야겠다. 이런 날도 오는군요”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SNS를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알린 스웨덴 한림원의 찬사다...“한강 작가는 폭력과 증오의 시대 속에서 처절하게 인간의 존엄성을 갈구했다. ‘우리 안에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고 파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믿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마음에 담는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SNS에 “한강 작가님은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적 슬픔을 세심하게 탐구했다.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한 성찰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지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뒤 ‘글 쓰는 사람한테는 그냥 글 쓰라고 하면 좋겠다. 노벨상은 책이 완성된 후 아주 먼 미래에 나오는 결과다.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런 담담함이 오늘날까지 한강 작가님을 이끌어온 힘이 아닐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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