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에프엠뉴스가 진위를 검증한 내용입니다."
![[the true] "커피가 심장병 유발"...의대 논문도 기사도 '엉터리'였다](/upload/articles/1145/title-image-6700bef504644.webp)
‘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면 건강한 사람도 심장병 위험이 커진다.’
지난 8월 중순 많은 언론이 기사화 하면서 커피 애호가들이 혹시나 하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
이 기사는 사실이 아닌 내용, 또는 그럴싸한 가짜뉴스들이 우리도 모르게 얼마나 확산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기사가 주목받은 데는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커피를 소재로하고 많은 사람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들이 이 내용을 기사로 다룬 것은 독자들의 관심 사안인데다 출처가 전문가인 의사단체의 연구결과이기 때문이다.

자료사진/에프엠뉴스
동아일보 보도를 인용해 진위검증을 지난 8월 16일자 인터넷판에 ‘하루 커피 4잔이면 …건강한 사람도 심장병 위험 ↑’이란 제목으로 이 기사를 다뤘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과유불급.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아침에 흐리멍덩한 정신을 깨워주는 커피도 마찬가지다. 인도 델리에서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2024년 미국 심장학회 연례회의(ACC Asia 2024)에서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하루 400㎎이상의 카페인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건강한 사람도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규칙적인 카페인 섭취는 부교감 신경계를 교란시켜 혈압과 심박 수를 상승시킬 수 있다”라고 인도 다호드 소재 지두스 의과 대학·병원의 내과의 넨시 카가타라(Nency Kagathara) 박사가 말했다...카가타라 박사는 “카페인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칙적인 카페인 섭취는 건강한 사람도 고혈압 및 기타 심혈관 질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은 모두의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의과대학에서 미국심장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인 만큼 언론사 입장에선 당연히 신뢰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간주해 인용 보도한 것이다.
기사의 핵심은 커피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카페인을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혈압과 심박수를 상승시키고, 이것이 정상인조차 심장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의하면 이 연구와 연구결과에 대한 해석은 치명적인 오류와 논리 비약이 있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심박수와 혈압이 상승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카페인 성분의 주요 특성이다. 관건은 이 특성이 과연 ‘정상인에게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혈압과 심박수의 상승만 확인했을 뿐 이것이 심장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치는 지는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심박수와 혈압 상승이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진의 해석은 고혈압이 심장병의 원인이니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추론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운동을 하면 맥박과 혈압이 상승한다. 그렇다고 심장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심장 기능에 도움을 준다. 마찬가지로 카페인 섭취로 인한 혈압과 맥박 상승이 사람 심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도로 분석해야 할 사안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이미 많이 이뤄졌다.
순환기내과 국내 최고 권위자인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권철현 교수는 그동안 있었던 주요 관련 연구들을 모두 모아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권위 있는 13개 논문(모두 31만4,827명이 피실험자로 참여)을 분석한 결과 거의 대부분의 연구에서 커피는 고혈압과 심장질환에 오히려 도움이 됐거나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부정맥 등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심장병 환자가 운동이나 과한 일상활동으로 심장에 무리가 오는 것과 같은 사례다.
기사에서 정상인도 하루 4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심장병에 걸릴 수 있다는 보도와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자료사진/에프엠뉴스
사실, 기사 내용에도 이 연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또 다른 전문가가 연구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심장 전문의이자 의학교수인 그레고리 마커스 박사는 혈압과 심박수가 건강의 중요한 결정 요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 효과를 가장 잘 판단하는 방법은 뇌졸중, 심장마비 그리고 심장 리듬 장애와 같은 실제 심혈관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혈압과 심박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심방병을 유발할 것이라고 유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기사에서 문제의 논문이 발표된 행사를 ‘미국 심장학회(ACC) 연례회의’라고 한 것도 정확하지 않다. ACC Asia, 즉 ‘미국 심장학회 아시아 지역 연례회의’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권 교수는 "국내 전문가에게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쳤어도 이런 잘못된 기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언론과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에는 건강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 중에는 각종 연구 결과를 인용한 언론 기사도 많고, 의사, 약사 등의 전문가들이 만드는 콘텐츠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에 보도되거나, 의사, 약사 등 전문가들의 설명이나 주장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런 믿음은 언론과 전문가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에서 기인하고,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 또한 같은 고정관념에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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