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총리도 걸려든 ‘악마의 덫’...‘음모론’에 숨겨진 과학

유혹이 너무 강해서 반대 증거가 아무리 있더라도 빠져들게 된다
전직 총리도 걸려든 ‘악마의 덫’...‘음모론’에 숨겨진 과학

4.15총선 등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보수시민단체가 지난 5월25일 서울역 인근 차로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수사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에프엠뉴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020년 치러진 4.15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확신한다. 4년이 지난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상규명과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

 

당시 황 전총리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대표로 총선을 치렀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으로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보수 정당 역사상, 4.19 혁명 직후 치러진 제5대 총선 때 자유당 이후 6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었다.

 

지금도 황 전 총리를 비롯해 많은 보수 지지자들이 광화문과 용산 일대에서 부정선거 규탄과 진상규명 시위를 벌이고 있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감사원과 국가정보원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부정선거 관련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모론 중에는 달 착륙이 가짜라는 주장에서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까지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음모론은 이를 믿는 사람 입장에선 신앙과도 같다. 믿음과 모순되는 증거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나 증인들은 모두 음모의 일부로 간주한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주변 세계에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과학이 발전하지 못한 과거에는 우리가 접하는 많은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지전능한 존재를 개입시켰다.

 

이제 과학의 발달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과학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음모론이 틀렸다는 증거가 충분한데도 왜 사람들은 여전히 음모론을 믿게 될까?

과학자들은 음모론에 대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집단이 비밀리에 모의를 하고, 이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믿음’이라고 한다.

 

음모론자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누군가에 의해 속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영국 노팅엄 대학교 사회심리학과 다니엘 졸리 교수는 그의 연구 논문에서 “음모론의 출발은 복잡한 사건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며, 음모론은 복잡한 문제에 대해 간단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특히 어떤 걱정이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해결책이 필요할 때 음모론이 대두하게 된다. 즉 음모론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라나고 활성화된다“고 한다.

 

음모론이 영향력을 갖기 위한 조건

 

특정 음모론이 대중의 호응을 받으며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음모론의 대상이 잘 알려진 사건이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여야 한다. 그리고 음모론에 등장하는 공모자들은 현실성이 있어야 하고, 음모론의 주장에 대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음모론은 사람들이 믿을 만한 소지가 있고, 비난할 집단이나 조직이 있어야 할 시점에, 그것을 기꺼이 믿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예로들면 사람들은 전염병에 대해 알고 싶어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에 음모론이 생길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만들어졌다.

 

‘4.15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대입해 보면 보수진영으로서는 패배의 정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은 선거 참패로 불안감과 위기의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때 ‘부정선거’ 주장은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으면서 진보진영을 비난하고,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소재와 명분이 되는 것이다.

 

음모론과 회의론은 일면 비슷한 점도 있으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편집증을 갖는다. 하지만 음모론자와 가장 큰 차이점은 새로운 정보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자신이 믿고 있는 핵심 신념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해 보려는 시도 조차 않는다는 점이다.

  

에프엠뉴스


확정 편향과 에코 챔버

 

사람들은 왜 특정 음모론에 속게 되고 집착하게 될까? 모순된 증거가 분명이 있는데도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터무니 없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것을 믿게 만들까?

 

졸리교수는 "사람은 통제력을 느끼고 싶어 하고, 확신을 가지며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어하는데 음모론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65%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자신의 인지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으로 인해 스르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고, 여기에다 확정편향(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 들이게 되는 것)과 에코챔버(인터넷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만 소통하며 점차 편향된 사고를 갖는 것)에 노출되면서 음모론이 양산된다.

 

졸리교수는 "사람들은 일단 믿음이 형성되면 그것을 옹호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들은 수용하고, 배치되는 정보는 배척하게 된다.“고 한다.

 

음모론에 더 잘 빠져드는 사람들의 유형이 따로 있을까? 아니면 우리 모두 동일하게 음모론에 노출돼 있을까?

 

노팅엄 대학교 정치 이론 교수인 휴고 드로촌은 "누구나 음모론자가 될 수 있지만 더 취약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직장이 없거나 독신과 같이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 등이다. 그러면서 "종교인들이 선과 악의 세계관을 갖기 때문에 음모론을 더 많이 믿는다고 말하지만, 생각보다는 복잡하다. 신앙심이 강한 종교인은 세속 사회에서 소수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음모론을 더 많이 믿게 되지만, 종교 세계에선 소수자인 무신론자가 음모론을 믿기가 더 쉽다."고 한다.

 

켄트대 사회심리학과 카렌 더글라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래 내용 중 하나 이상의 심리적 욕구가 좌절되면 음모론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진실을 알아야 하고, 명확하고 확실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식론과 관련돼 있다.

 

둘째는 실존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고 발생한 일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욕구다. 이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자신이 속한 그룹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껴야 하는 사회적 필요와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음모론의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한다.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욕구가 있다면 누구나 음모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참고]

영국 노팅엄 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다니엘 졸리 박사사회 심리학자. 그의 연구는 음모론의 심리를 탐구하는 것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음모론이 왜 그렇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다. 또한 음모론을 믿었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결과를 탐구하고 그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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