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지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이만희 교주의 구속수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선 홍준표 후보를 극적으로 누르고 승리한 배경에 사이비 종교 '신천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50%씩 반영하는 경선에서 윤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지고도 당원투표에서 압도적 득표로 승리했다.
24일 정치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신천지는 윤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켰고, 실제 경선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신천지는 2021년 11월5일 치러진 국민의힘 대선후보경선을 앞두고 이만희 교주 지시로 그해 3월부터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켰다.
신천지 신도 10만 가입, 3만표 차로 뒤집힌 국힘 대선후보
에프엠뉴스 취재 결과 당시 한번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 수가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대선후보경선 당시 책임당원수는 56만9천명으로, 5개월전 이준석 당시 대표를 선출한 전당대회 때의 32만8천명보다 무려 24만1천명으로 늘어나 무려 73%가 급중했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급증엔 신천지 뿐 아니라 통일교 신도들의 집단 가입도 영향이 컸다고 본다. 실제 신도수에선 신천지가 통일교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당원 참여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당비를 한번만 납부하면 책임당원이 되도록 요건을 크게 완화했는데, 이 또한 신천지와 통일교 신도들의 가입을 위한 사전 조치로 분석된다.

신천지가 신도들을 대거 모아놓고 집회를 갖고 있다.
당시 가입한 신천지 신도들의 숫자는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이다. 이는 신천지과 국민의힘으로부터 관련자료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압수수색을 통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7월 SNS에 올린 글을 통해 2022년 신천지 이만희 교주를 만났을 때 후보경선을 앞두고 10만명이 가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한 바 있다. 또 신천지 청년위원장 출신의 전 신도는 최소 5만명 이상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추정에 의하면 5만~10만명에 이른다.
지난 2021년 11월 5일 치러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 전 대통령은 3만표(6.35%)차로 승리했다. 윤 전 대통령이 47.85%, 홍 전 시장이 41.5%를 득표했다.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절반씩 반영한 경선에서 윤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졌지만 당원투표에서 앞도적 우위로 후보가 됐다.
여론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38%(7만9천표), 홍 전 대표 48.2%(11만6천표)를 득표해 윤 전 대통령이 10.2%포인트(3만8천표) 뒤졌다. 반면 당원투표에서는 윤 전 대통령 57.8%(16만5천표), 홍 전 대표 34%(9만7천표)로 윤 전 대통령이 23%포인트(6만8천표) 앞섰다.
후보경선에서 3만표차로 승부가 갈라진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에 가입한 신천지 신도가 최소 5만명이라 하더라도 대선 판도를 뒤바꿨다는 의미가 된다. 결과적으로 신천지가 대한민국 대선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한나라당 때로 거슬러가는 신천지-국힘의 유착 의혹
신천지와 국민의힘의 유착 의혹은 한나라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만희 교주를 만나 책임당원 모집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후보 경선에서 근소한 차로 승리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치열하게 맞붙은 경선에서 이 전 대통령은 2,452표(1.5%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신승했다. 대의원 20%,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30%, 국민선거인단 직접투표 30%, 여론조사 20%로 당심과 민심을 절반씩 반영한 경선에서 선거인단 직접 투표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이 전 대통령이 앞서 후보로 당선됐다. 신천지의 교세를 감안하면 적어도 수만명이 가입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결국 이들에 의해 승부가 갈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어진 18대 대선을 직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측과 유착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당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측은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변경했는데 이 또한 신천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한자 ‘신천지(新天地)’를 순우리말로 하면 ‘새누리’가 된다. 당시 당명 개정을 놓고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당내 반대가 많았다.

이만희 신천지 교주가 2020년 3월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연수원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대국민사과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천지가 윤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게 된 계기는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이었다고 한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코로나가 집단 발병하면서 당국이 수사에 나섰는데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전 대통령이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2차례나 막아주었다는 것이다.
반면 당시 경기도 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이만희 교주가 거주하는 경기도 가평 '평화의 궁전' 연수원을 직접 찾아가 이만희 교주의 감염 확인을 위해 강제 검체 채취를 시도하며 현장을 지휘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만희 교주는 은혜를 갚는다는 차원에서, 또 이 대통령이 당선되면 자신은 위험해진다는 이유로 윤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이던 지난 2020년 3월2일 이만희 신천지 교주의 검체 채취를 위해 경기 가평군 평화연수원을 방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만희 교주는 검체 채취를 거부하던 이만희 교주는 이 지사를 피해 과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에 밝은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경북 청도 출신인 이만희 교주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홍준표 전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홍 시장 대신 윤 전 대통령을 선택한 것 같다"고 했다. 신천지는 이만희 교주의 고향인 경북 청도에 대규모 신전을 지어 성지화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7월26일 페이스북에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권성동 의원이 윤석열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 압승한다고 큰소리친 배경에는 신천지, 통일교 등 종교 집단 수십만 명의 책임당원 가입이 있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적었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후보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모두 박빙의 차로 대선후보가 결정됐다. 교주를 신으로 생각하고, 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신천지 신도가 대거 당원으로 가입해 특정인을 지지하며 박빙의 승부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온 것이다.
신천지가 선택한 세 사람은 모두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했지만 모두 감방으로 가는 같은 운명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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