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으로 결집하고, 지도부는 궁지로...자충수된 한동훈 제명

징계카드, 부메랑 돼 장 대표 체제 존립 논란으로 비화
韓으로 결집하고, 지도부는 궁지로...자충수된 한동훈 제명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현장을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를 강행하면서 역풍을 맡고 있다.


가뜩이나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장동혁 지도부에 불만을 갖고 있던 수도권과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전 대표로 결집하면서 당은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대구 재선의원인 권영진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내 민주주의를 짓밟고 통합을 해친 한밤중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이제는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며 지난번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을 때와 같은 뒤통수를 한 방 맞는 느낌"이라며 지도부를 향해 재고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23명도 입장문을 통해 "전직 당 대표를 제명하고 누구와 힘을 모아 이재명 정권의 독재를 막아내겠다는 것이냐"며 "윤리위의 제명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원 게시판은 누구나 익명으로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 여기에 올린 글로 당원을 제명하는 조치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반헌법적 행위”라고 했다.


당의 징계를 계기로 장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져온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한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한 전 대표의 존재감은 부각되는 반면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명분에서 밀리며 오히려 궁지로 몰리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당대표 경선에서 패한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한 전 대표에게 징계 파동은 총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의 길을 열어준 지도부의 패착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징계 파동은 한 전 대표와 당내 윤어게인 세력 간의 대결로 전개되면서 보수 지지층 전체의 균열과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측이 결집하며 윤 전 대통령에 호의적인 강성보수 진영과 기싸움이 예상된다. 


비영남권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쌓여온 장동혁 지도부에 불만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의 결집이 중요한 시점에 정적 제거에 몰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 지도부는 명분을 잃었다"며 "이번 일은 당 지도부를 향해 누적돼 있던 불만을 표출하도록 당지도부가 스스로 트리거를 당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장동혁 대표체제가 지방선거 이전에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 장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다수가 강성지지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구성돼 있어 장 대표 체제를 굳건히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장 대표에 대한 압박이 아무리 거세도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를 비롯해 강성 지지층을 대변하는 지도부가 똘똘 뭉쳐있고, 지방선거 공천은 반드시 현 지도부가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특히 한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한 전 대표에 대한 축출이 지선선거의 성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당원 구성에서 대구-경북과 아스팔트 우파 등 강성 지지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있는 당의 한계"라고 했다.


또 다른 당관계자는 윤어게인 세력을 포함한 강성지지층들 사이에선 이재명 대통령보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증오심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 설령 참패를 하더라도 장동혁 지도부가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가 갑자기 강성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대표로 상선까지 된 배경에 당 대표가 되면 한 전 대표를 제명하겠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징계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당지도부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친한계 인사는 당무감사위의 당게시판 조사결과에 대해 사실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며 향후 법적 대응에서도 장 대표을 비롯한 당지도부의 자충수로 판명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위 조사결과에 대해 자신은 '게시판에 가입한 적도 없다'면서 동명이인의 글을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발표하는 등 명백한 허위와 조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블로그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8일 경찰에 고발했다.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당 지도부가 꺼내든 징계 카드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가 장 대표 체제의 존립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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