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에프엠뉴스
제 47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5일(현지 시각)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역대 가장 박빙의 승부로 평가될 만큼 치열하다. 또한 누가 당선돼도 미국 역사에 특별한 상징성을 갖게 된다.
해리스가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획기적 사건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상징성을 갖는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대통령이 되는 첫 사례라는 점이다. 미 역사상 피의자 신분으로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된 것 자체도 트럼프가 처음이다.
특히 이 점은 우리 국민 입장에서 흥미를 갖고 지켜볼 만한 포인트다. 우리나라 또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 야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형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와 트럼프 똑 같이 형사 피의자로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공식적으로 언급되진 않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리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은 선거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정 기준 이상의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정해진 기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돼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반 형사범은 금고 이상, 선거사범은 1백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러나 미국은 형사처벌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규정은 없다. 피의자로 재판을 받거나 처벌을 받은 이력이 있어도 출마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동안 피의자가 유력 대선 후보가 된 사례가 한번도 없었던 것은 규정 때문이 아니라 여론의 벽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는 대단히이례적이면서 특별한 인물이다.
트럼프의 범죄 혐의는 상당히 엄중하거나, 죄질이 나쁘다. 트럼프에 적용된 4가지 혐의는 대통령 재임 시절 기밀유출 사건, 국기를 흔드는 의회 난입사건, 성추문 입막음 혐의,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 투표 결과 번복을 위한 외압 행사 혐의 등이다.
이중 지난 2021년 대선 조작을 주장하며 의회 난입을 선동한 사건의 경우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반란 가담' 행위로 판단해 후보자격을 박탈했다. 헌법을 지지하기로 선서한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는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한 헌법 14조 3항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이를 뒤집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유지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헌법에 따라 연방 업무를 위해 출마하는 대선 후보의 자격 박탈권은 주 정부가 아닌 의회에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면서 연방대법원은 기밀문건 유출과 ‘의회 난입 사건’에 대해 대통령 재임 중 공식적으로 행한 행위는 형사소추 면책이 적용된다고 결정해 재판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사적행위의 경우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구분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최종 결정을 대선 이후로 미루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큰 장애물이었던 사법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해 준 것은 보수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관 구성의 영향도 있지만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유력 후보인 만큼 주권을 가진 국민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정신도 반영된 것이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데 대해 연방대법관들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만장일치로 판결을 뒤집은 것도 같은 같은 맥락이다.
뉴욕 지방 검찰이 기소한 이른바 ‘입막음’ 재판의 경우도 1심에서 배심원들이 유죄평결을 내렸지만 재판장이 대법원 판결을 감안해 선고를 대선 이루로 미룬 상태다. 대법원이 대통령 면책으로 인정한 공식행위 여부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다.
나머지 한 건은 조지아주 검찰이 기소한 2020년 대선 조지아주 결과 번복 외압 사건인데 이 역시 담당 검사의 스캔들 문제 등으로 심리가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사법리스크는 계속된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에 대한 불소추특권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자신에게 사면권을 발동하는 셀프 사면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에 ‘자신의 사건에 판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사면이 인정되더라도 그 효력은 연방정부에 국한되는 만큼 뉴욕주와 조지아주 법원에서 진행되는 2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의회에서 탄핵을 추진할 수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공정한 법집행과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놓고 미국 사회가 상당한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 국민이 트럼프의 법적 문제를 알면서도 대통령으로 선택한 만큼 대통령 직무 수행은 보장될 것이란 분석에 더 힘이 실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로 한 차례 논쟁이 있었다. 지난 6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설령 대통령이 되더라도 재판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한 대표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된 ‘대통령 불소추 특권’은 재임 중 저지른 범죄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즉 대통령이 돼도 재판은 그대로 진행되야 하며 재판 결과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중도 하차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당시 한 대표의 주장을 놓고 법조계에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향후 그의 정치 행보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우리 국민의 정치 의식은 물론 사법부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한국 정치판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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